아로요의 앞날, '첩첩산중'

입력 2001-01-22 12:04:00

아로요가 이끄는 필리핀은 심각한 경제.정치적 상황을 잘 타파하고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으나, 아로요의 대통령 직후에 페소화 가치는 오히려 사상 최대폭의 폭락세를 기록했다.

◇정치 개혁이 과제 = 필리핀 아키나스 대학 정치학과 베르날데스 박사(52)는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해외 투자가들의 신뢰 등에 힘입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그는 그 전제 조건으로 정치 개혁을 강조했다.

박사는 "정치적 불안감의 지속으로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등 경제 상황이 대단히 어렵다"고 전제, "새 정부가 소수 엘리트들이 지배해 온 정치시스템을 대중화해 낸다면 경제적 안정도 얻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의 정치는 부유층.기득권층 등 소수 파벌들에 의해 과점되고 있어, 자격을 갖춘 인물들도 돈이나 배경 없이는 출마하지 못한다"고 지적, "공정선거 보장 등 조치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권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한 정치권의 부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때문에 아로요가 경제난 타개에만 주력, 정치개혁을 제쳐놓을 경우 또 다른 정국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는 5월로 예정된 상하 양원 선거가 새정부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적 시각 = 홍콩 신문 '명보' 21일자는 그러나 아로요가 시위대의 힘으로 집권했을 뿐 나름의 권력 기반은 약해 정치적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더우기 아로요는 상류층이어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층민중과의 유대가 부족, 세게화.개방 등 불가피한 정책 추진이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됐다. 아로요에 대한 기대를 조사한 필리핀 현지의 한 여론조사에서도 각각 20%씩이 "에스트라다 보다 나을 것" "더 못할 것"이라고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AP통신도 비슷한 이유 때문에 우려쪽 시각에 무게를 뒀다. 에스트라다 퇴진을 놓고 필리핀 중산층과 빈민층이 보이고 있는 엇갈린 반응도 한 근거라는 것. 마닐라를 중심으로 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은 아로요의 집권을 적극 환영하는 반면, 빈민층은 미국의 명문 조지타운대에서 수학하고, 경제학교수를 지낸 아로요가 가난한 자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빈민층은 오히려 에스트라다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아로요는 그간 정치활동을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실수를 여러번 저질러 왔다. 때문에 그를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