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 애환서린 부산 명물'영도다리' 사라진다

입력 2001-01-22 12:24:00

「금순아 보고 싶구나...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우리귀에 익은 대중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에 등장하면서 6·25전쟁 당시 피난민과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온 부산의 명물 영도다리가 지은지 67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영도다리와 인접한 옛 부산시청 자리에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게 돼 현재 4차선인 영도다리로는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교통영향평가가 나와 부득이 오는 10월 철거하고 공사기간중 새 교량을 세우기로 했기 때문.

부산시민치고 어릴적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영도다리밑에서 주워왔다」는 농담을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영도다리는 부산시민들과 애환을 함께한 다리다.

영도다리는 한 때 끄덕다리로 불리기도 했다. 다리아래로 지나가는 배를 통과시키기 위해 다리가 하늘로 들려진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지금은 영도주민들의 식수원 해결을 위해 상수도관이 다리를 통해 연결되면서부터 고정식으로 돼 그 때의 장관을 볼 수는 없지만 당시만 해도 배가 지나갈 때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다리가 올라가는 진풍경을 구경하곤 했다.

영도토박이 최천영(56)씨는 『56년을 함께 한 영도다리는 나를 비롯한 서민들의 애환이 가득한 곳』이라며 『아쉬운 만큼 새롭게 건설되는 다리는 시민들의 숨결이 느껴지도록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시민들의 이같은 정서를 감안, 영도다리를 예전처럼 도개식으로 축소 제작한 모형을 영도구청에 전시, 시민들의 향수를 달래기로 했다.

부산·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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