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 지나면 "상생의 정치"오려나

입력 2001-01-22 00:00:00

설연휴를 앞둔 22일 안기부 자금에 대해 원론적인 공세수준에 머물렀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사과와 강삼재 의원의 자진출두에만 맞춰진 것이다. 이는 여야간 소모전을 마감하고 '상생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결단과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김대중 대통령이 당에서 행한 창당 1주년 기념치사에서는 여당의 이같은 입장이 압축돼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안기부 자금 사건에 대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단언컨대 대통령으로서 이 사건을 악용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김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을 '우당(友黨)'으로 지칭하기까지 했다.

이후 민주당측에서는 이 총재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과 브리핑을 쏟아냈다. 김영환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여야가 '소싸움'하듯 정쟁으로 비쳐지는 모습에 대해 국민이 식상해 있다"며 "이회창 총재에게 필요한 것은 뒤에서 북치는 모습이 아니라 사건의 종결을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과 야당총재가 수사를 받으라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곧 야당의 강화되는 공세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강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야당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국파행의 책임은 결국 야당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설연휴 이후 안기부 자금 사건을 종결하고 대화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강 의원이 검찰에 자진출두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이 총재의 결단이 필수적"이라며 "여당도 이를 감안해 야당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 총재도 여당의 메시지를 충분히 감안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총재의 설연휴 구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21일 김대중 대통령의 정국인식을 문제삼으면서 설연휴 '사랑방 민심'을 선점,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대여공세를 이어갔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국정위기비상대책위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히틀러' '괴벨스' '궁예의 관심법' '편집증' 등 각종 수사어구를 동원, 김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정국인식 및 대야 태도를 맹비난했다.

권 대변인은 전날 김 대통령의 민주당 창당 1주년 기념치사를 거론하며 "김 대통령과 민주당의 현실인식이 하나도 바뀐 게 없다"고 비난하고 "이 총재가 정쟁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3~5일간 외부와 접촉을 끊고 정국구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권 대변인은 특히 "국민에 대한 격려나 21세기 희망, 비전 제시 등이 없이 야당탓이나 하고 있는 집권여당 총재를 보면 마치 궁예의 관심법을 연상하게 한다"며 "대통령의 피해망상과 편집증이 중증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건부 야당 협력론과 우당론을 겨냥, "대통령이면 야당이 어떻든 '내가 협력을 끌어내겠다'는 적극적인 사고를 해야지 사고가 너무 네거티브하다"면서 "우리당을 우당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전혀 반갑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설연휴 민심잡기용으로 (검찰이) 뭔가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일쯤 대검에서 제2차 안기부자금 수사발표가 있지않겠느냐고 가정하는데 제발 그런 꼼수 좀 쓰지말라"고 주장했다.

앞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특검제를 통한 여야 정치자금 전면 수사 △이적 의원 원상회복 △야당 의원 및 친인척들에 대한 불법계좌추적 중단 등 '야당죽이기 음모'의 중단을 재차 촉구한 뒤 22일 권 대변인과 주진우 총재비서실장을 청와대로 보내 이런 내용을 담은 공개 항의서한을 김 대통령에게 전달키로 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김 대통령이 치사에서 '돈받은 정치인은 처벌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등의 발언으로 수사의 성격과 내용, 처리방향까지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안기부 자금 수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22일부터 귀향활동을 통해 안기부 자금 수사의 '불공정성', '의원임대'의 총선민의 왜곡 등을 적극 설파하기로 하고 29, 30일에는 원내외지구당위원장 연찬회를 열어 향후 정국대처 방안을 논의키로 결정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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