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 디지털영화 '눈물'

입력 2001-01-20 14:08:00

"양아치 같죠?"임상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 '눈물'을 보고 나온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눈빛은 긴장하는 듯 했다. 혹시 "양아치 같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눈치. 그러나 불쑥 나온 대답은 "완전히 양아치네"

흥행작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감독으로 이런 영화를 내놓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의 흥행감에 매료된 메이저들의 유혹도 있었을 것이고, 디지털 카메라로 시장바닥을 누비는 일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길을 택했다.

'눈물'은 10대들의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가출소년 한(한준)이 양아치친구 창(봉태규)과 함께 가출소녀 새리(박근영)과 술집 접대부 란(조은지)와 짝이 돼 보내는 거친 한 때를 그린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눈물'은 가슴을 아릿하게 하는 영화다. 10대를 보내지 않은 이가 없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보내는 눈빛은 차갑다. 10대의 방황이라면 일탈된 행동에만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들이 왜 방황하고 가슴아파 하는가는 늘 논외다.

'눈물'은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와 유사한 시각이지만 그들의 삶을 밀착해 그리려는 드라마성 강한 작품이다. 얌전한 한과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창, '나쁜 잠'(섹스)을 자지 않으려다 온갖 수모를 당하는 새리, 창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여린 란. 네 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를 통해 힘겨운 그들의 세상살이를 쫓고 있다.착취하려는 어른들, 폭압적인 사회, 사라진 가정들…. 가리봉동 퀴퀴한 집을 떠나 넷이 바다를 찾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게 바다야? 물도 없어. 쓰레기 투성이네" 떠나고 싶었던 그들은 쓰레기 투성이 바다만 보고는 다시 쓰레기 같은 그들의 삶으로 돌아온다. 희망도 없고, 사랑도 없는 메마른 바다에 살고 있는 버려진 인형같은 존재들.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에서 바다를 찾아 큰 숨을 들이쉬는 앙뜨완느와는 전혀 다른 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눈물'은 100% 디지털카메라(PD100AP)로 촬영돼 입자가 거칠다. 흔들리는 카메라에 따라 피사체도 격하게 움직인다. 주연배우도 길거리에서 캐스팅한 완전신인들이라 감정이입이 한참 걸린다. 그래서 관객은 불편하다. 그러나 관객에게 영합하는 달착지근한 블록버스터와 달리 실험성과 목소리를 내려는 주제의식은 강하다.그런 의미에서 '양아치 같다'고 한 것이고, 임 감독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의 따뜻한 시선을 강요하는 감독의 촉촉함이 묻어나는 영화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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