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정대(正大) 총무원장이 19일 민주당 김중권 대표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 정가와 종교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정대 총무원장의 이 총재 비판은 상생(相生)의 정치가 아니라 상극(相剋)의 정치로 치닫고 있는 최근의 정치권 상황을 언급하는 가운데 종교 지도자가 현실정치의 민감한 부분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정대 스님은 이날 김 대표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이 총재를 겨냥, "그 사람이 집권하면 단군 이래 희대의 보복정치가 난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이것을 국민들이 감지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기부 자금지원 파문과 관련, "1천억원이 안기부 돈이든 정치자금이든 안기부에서 나온 게 문제 아니냐"면서 "(이 총재는) 영수회담에서 상생의 정치를 합의해놓고 '한 건을 가져가면 또 무엇을 가져갈까' 궁리가 그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그는 97년 대선직전 이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던 사실과 지난해 4.13 총선 과정에서 김윤환 신상우씨 등 비주류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점을 지적한뒤 "얼마나 독하냐"고 이 총재를 비난했다.
정대 총무원장은 이어 시내 하림각에서 열린 신년대법회에서 봉행사를 통해서도"시골사람 한 명이 마음을 잘못 먹으면 기껏 세사람이 죽지만, 지도자가 한번 생각을 잘못하면 많은 사람이 피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생이란 말은 원래 부처님 말씀"이라면서 "앞으로는 불자들이 비상생하는 사람을 전부 쓸어내자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한 사람의 독선으로 인해 무수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즉각 브리핑을 통해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면서 "대변인이 된 이후 여러 곳에서 우리당과 총재를 비난하는 말을 들어왔으나 정대 스님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들은 말 중에서 가장 좋지 못한, 그리고 편향된 말을 들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권 대변인은 또 "나라가 아무리 흐트러지고 정치가 아무리 엉망진창이 된다 하더라도 종교지도자는 이성을 잃지 말고 편향된 자세를 갖지 말고, 중립적 입장에서 정치 흐름에 대해 올바른 충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대 스님의 발언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조계종측의 원택 총무부장도 "보복정치가 반복돼선 안되고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기조에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해명했다.
민주당측은 종교지도자의 발언에 대해 논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반응을 자제했다.
다만 김중권 대표는 이날 법회에서 "총무원장 큰 스님의 말씀은 큰 충격이었다"면서 "집권여당 대표로서 오늘날 정치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상생의 정치가 되지 않는데 대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이 자리가 이 땅의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고 믿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치일선에서 자성하고 신뢰받는 정치가 되도록 결심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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