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상하이 쇼크' 받아

입력 2001-01-20 13:07:00

"젊은 피로 바꾸겠다." 중국 방문 일정의 대부분을 중국 개혁.개방의 견인차 상하이에서 보내고 있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른바 '상하이 구상' 의 요체다.

지난 15일 상하이에 도착,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증권거래소를 두번 찾는 등 4일간이나 상하이에서 체류한 김위원장은 "이번에 (북한으로) 들어가면 젊은 피들로 싹 바꾸겠다" 는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위원장은 특히 노동당 통일전선사업담당 비서이자 조선 아세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용순을 향해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며 질책과 자조가 함께 섞인 호통을 쳤다고 한다.

걸걸한 목소리로 그렇지 않아도 톤이 높은 김위원장의 이같은 호통은 문 밖에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 외교소식통들은 김용순에 대한 고함섞인 질책은 상하이를 샅샅이 훑은 김위원장의 충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1983년 6월 초 중국 방문 당시 상하이에 한동안 체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17년여만에 변해버린 상하이의 모습에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상하이가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한 것은 '상하이 경제발전 전략요강' 이 마련된 1985년으로 김위원장이 상하이를 방문했던 83년엔 북한과의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때였다.

한편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위원장의 상하이 장기 체류를 지난 87년.88년.89년 3년 동안 연속해서 춘절(설) 을 상하이에서 보내며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의 발전전략을 구상한 덩샤오핑의 상하이 구상에 비유하고 있다.

등은 당시 홍콩에 이웃한 선전 경제특구가 성공했지만 이같은 작은 몇개의 특구만으로 중국 전체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상하이를 중심으로 양쯔 강 경제권을 발전시켜 중국 발전을 이끈다는 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보다 12년 늦게 춘절을 앞두고 상하이를 찾은 김위원장이 과연 북한의 어떤 중점 도시를 선택해 상하이와 같은 발전전략의 시동을 걸지 무척 고심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편 또다른 서방 외교소식통은 金위원장의 이번 상하이 방문이 서울 방문의 충격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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