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월의 엄격한 對北 상호주의

입력 2001-01-19 15:35:00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미상원외교위 청문회에서 밝힌 대북(對北) 정책의 방향은 '지금까지의 클린턴 행정부보다 더욱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다. 파월의 대북 정책은 포용정책을 계속 추진하되 상호주의와 현실주의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 요점이다. 북한이 지금까지처럼 미사일 주권 등을 내세워 까탈을 부릴 때 식량 지원 등 당근 정책을 함께 구사하면서 적당히 넘어가던 것을 앞으로는 철저하게 투명성과 상호주의의 원칙 아래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파월 지명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을 천명한 것쯤으로 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파월의 이같은 발언은 앞으로도 북한이 과거처럼 벼랑 끝 외교를 구사하다간 자칫 북미 외교의 틀이 깨질 수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남북관계가 잘 풀려나가기를 기대하는 우리로서는 긴장되는 대목이기도 한 것이다.

실상 파월 지명자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고 극히 부정적이다. 파월은 김정일을 두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나라 전체가 한 사람만을 쳐다보는 국가'라고 묘사, '독재자'라고 표현하고 그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금도 계속 증강시키고 있는 군사력을 감축하고 미사일과 핵 개발을 포기, 진정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동참할때라야 북미간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파월의 대(對)북한 시각으로 이해된다. 그는 요컨대 북한이 외화벌이 식의 벼랑끝 외교를 계속하고 걸핏하면 국가간의 합의사항도 이행하지 않고 까탈만 부리는 식의 행태를 버리고 본질적인 변화를 이루어야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앞으로 북한이 파월이 요구 하는 것처럼 체제변화를 이루지 않는 한 북미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조명록(趙明祿)북한 특사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상호방문으로 북미간에 이룩된 해빙 기류도 파월 지명자의 발언으로 미뤄본다면 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하고 그동안 순조롭게 추진되는듯 했던 미사일 협상과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도 난항을 겪을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북한이 미사일 문제 등의 의혹을 해소하는 등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서 북미 관계를 한 단계 높은 대화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바란다. 미국 또한 강압적인 자세로 북한을 궁지로 몰고만 갈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대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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