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트레킹-은빛나라의 황홀경 속으로

입력 2001-01-19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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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엔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렸다. 갑작스럽게 닥친 추위를 떨치고 조금만 나서면 온통 눈이다.

눈이 가득내린 산의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기분이야 말할 수가 없지만 정상이 아니라도 겨울나무에 가득 쌓인 눈꽃을 여유있게 즐길 수 없을까?

조금은 쉽게 눈꽃 트레킹을 떠나보자.

가벼운 차림으로 부담없이 걷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트레킹이라면, 눈꽃 트레킹은 설화(雪花: 나뭇가지나 마른 풀위에 눈이 쌓이는 것), 상고대(霧淞: 서리가 가지에 얼어붙은 것), 빙화(氷花: 설화나 상고대가 녹으면서 가지에 물로 붙어있다가 기온이 떨어져 다시 얼어붙은 것) 등 온갖가지의 눈꽃을 감상하면서 산행을 즐기는 것이다. 평상시의 트레킹이라면 간편한 복장으로 떠날 수 있지만 눈꽃을 보기 위한 트레킹은 그래도 겨울 산행이니만큼 챙겨야할 것이 꽤 있다. 우선 장소 선택. 국내에서는 눈꽃 트레킹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 눈이 많은 곳은 접근하기가 힘들고, 접근이 용이한 곳은 눈꽃을 만나기 힘들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한라산과 덕유산, 태백산 정도.

◈한라.덕유.태백산 장관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1950m)은 눈꽃 트레킹을 하기에 최적의 산으로 손꼽히고 있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890고지인 성판악(5.16도로 중간부분) 코스와 1100고지.성판악 코스는 한라산의 동쪽 능선으로 정상까지 약 9.6㎞로 4시간 30분거리이며 1100고지는 차를 타고 갈 수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겸해 차안에서 눈꽃을 구경하고, 구간마다 걸으면 되기 때문에 트레킹 장소로는 가장 멋지다. 평상시 한라산은 어리목, 영실, 관음사, 성판악 등 4개 코스로 등반을 많이 하지만 다른 코스는 험하고 가파른 곳이 많아 겨울 눈꽃 트레킹으로 적당하지 않다.

한라산 다음으로 추천할 만한 곳은 덕유산과 태백산. 덕유산에는 무주리조트가 있어서 가족단위로 즐기기엔 최적이다. 무주구천동 계곡 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의 7㎞는 겨울이면 항상 눈이 있고 주변 경관도 좋아 권할만 하다. 무주리조트 안으로 들어서면 남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최근 설치한 케이블카를 타면 향적봉 중턱까지 도착할 수 있고, 걸어가도 크게 힘들지가 않다. 다만 바람이 심하게 불면 케이블카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향적봉까지 약 1시간 코스. 완만한 경사에다 일부 구간에는 난간식 계단을 설치해 두었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갈 수 있다.

◈추위.기상변화 유의해야

태백산은 쉽지 않지만 월동장비를 준비하면 중턱의 유일사까지 차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 인근에서 눈꽃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정상인 장군봉까지는 트레킹이 아닌 등반이 되기 때문에 초보자나 가족단위로 가기엔 적당치 않은 곳. 특히 지난주에는 영하 27℃까지 떨어지고 바람까지 부는 등 겨울에는 추위와 급격한 기상변화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밖에 한계령, 대관령이나 백담사 계곡, 오대산도 추천할 수 있다. 한계령은 날씨가 조금만 떨어져도 눈이 내리는 곳이어서 운이 좋으면 5월까지도 눈을 구경할 수도 있는 곳. 대관령은 대관령 휴게소 근처의 반정에서 대관령 박물관까지 5㎞구간의 옛길과 북쪽 봉우리인 선자령코스가 있다. 또 태백과 설악산 일원, 한라산 등에서는 21일까지 각종 눈꽃축제가 열리고 있어 조금만 서두르면 재미있는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을 듯. 한편 눈꽃 트레킹은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이젠과 스틱 준비는 기본이며 일반적인 준비물외에도 지역 특성에 따라 세심하게 챙겨야한다.

◈각종 눈꽃축제 이벤트 많아

대구산악연맹 최희곤 사무국장은 "눈꽃 트레킹도 겨울 산행인 만큼 단단히 계획을 세워야한다"며 "봄이나 여름에 경험해봤던 산이 좋으며 산행 리더가 있어야 하고, 일몰전까지 무조건 하산해야한다"고 당부한다. 또 "여벌의 옷과 장갑 양말이 필요하며 춥기전에 옷을 껴입고 시장하기 전에 간식을 먹는 것이 기본"이라며 특히 "추운곳에서는 휴대폰 배터리의 방전이 심해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정지화 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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