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한파를 서로가 졸음을 깨워주면서 막아내려 안간힘을 쓰는 노숙자들의 겨울은 IMF동토(凍土)의 현장이다. 반면 이런 고통속에서도 내일의 기대와 회생을 위해 투입된 엄청난 국민혈세의 공적자금을 눈먼 돈처럼 흥청망청 써온 정부기관.은행.기업들은 IMF낙원에서 살아온 것 같다. 국회 공적자금청문회가 여야갈등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드러나고 있는 1차공적자금 사용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서 그같은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 공적자금집행을 심의하는 예금보험공사의 최고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 결의의 93%를 아무런 토의도 없이 서면으로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기구의 당연직 위원인 재경부차관의 서명조작논란까지 일고있는 것은 얼마나 허술한 집행이었는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심의결정과정이 이 지경이니 돈을 받은 기관들인들 이 돈을 제대로 썼을 리 없다. 부실은행들이 공적자금으로 행장봉급을 멋대로 올리고 직원들의 보너스 파티를 벌였는가하면 복지비로 마구 썼다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한 시민단체가 예산을 낭비한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밑빠진 독상'을 전위작가 최병수씨가 만든 실물로 수여키로 했다는 소식은 변사또 잔치에 어사출두와 같은 후련함을 준다.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의 어사또 시구나 혈세낭비 공공기관에 밑빠진 독상은 같은 예술적 함의를 지닌다.
ㄴ 아직 수상자가 결정되지않아 '밑빠진 독상'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공적자금 청문회자료만으로도 아마 예금보험공사나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후보 1순위에 오르고도 남을 것같다. '무분별.무원칙.무한정'으로 써버린 공적자금은 자칫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 기관은 밑빠진 독이라도 큰 것을 받거나 아니면 깨진 독을 받아야할 것같은 생각도 든다.
홍종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