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선자가 오는 20일 워싱턴에서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러나 축하 행사 시작은 오늘(18일)부터. 지금 워싱턴에서는 각종 행사 준비가 한창이며, 지난 14일에는 리허설까지 열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계획되고 있기도 하다.
◇행사 일정= 먼저 18일 오후3시 링컨 기념관에서 취임식 축하 개막행사가 열린다. 전체 행사는 21일까지 나흘간 계속될 예정. 올해 축하 행사의 주제는 '미국의 정신을 다함께 축하하기'.
19일에는 부시의 부인 로라 여사가 주최하는 작가연회, 체니 부통령 당선자의 참전용사 경축식, 청년 음악회 등이 열린다.
20일의 취임식은 오전 11시35분에 워싱턴 국회의사당 서관에서 시작된다. 대통령 선서는 정오에 시작해 30분 동안 계속될 예정. 부시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게 된다. 이 절차를 주관하는 이는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이어 부시는 제43대 대통령 취임 연설을 한다.
취임식에 이어 대규모 퍼레이드가 펜실베이니아 대로를 따라 백악관까지 펼쳐진다. 정오에 대통령직을 인수한 부시도 같이 행진한다. 취임식 구경은 무료이지만, 국회의사당 잔디밭에서 취임식을 구경하려면 표가 있어야 한다. 표가 없는 구경꾼을 위해서는 8개의 대형 스크린이 취임식 장면을 중계한다.
이날 밤에는 유니언역 등 워싱턴 시내 8곳에서 무도회가 열린다.
◇왜 20일 날 국회의사당 서관에서 열리나= 본래 미국 대통령 취임일은 3월4일이었지만, 1932년 제20차 수정 헌법이 발효되면서 날짜가 바뀌었다.
의사당 서관에서 행사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81년 레이건 취임식 때부터였다. 그 전에는 의사당 동관에서 열렸으나, 행사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리를 바꾼 것. 1985년 혹한으로 자리를 옮겼던 경우를 제외하곤 20년간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또 연단 재활용 같은 방법도 채택된다. 부시 취임식 연단도 4년 전 클린턴 취임식 때 썼던 것이다.
이번 취임식에서는 1961년 케네디 취임식 때부터 도입됐던 시 낭송 전통이 폐지됐다. 그 전통은 잠시 중단됐다가 클린턴에 의해 부활됐었다.
◇대규모 시위 예상= 이번 취임식에 맞춰 워싱턴은 시위대 물결로 뒤덮일 전망이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3년의 닉슨 대통령 취임식 이래 가장 많은 시위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경찰이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시위자들이 내걸고 있는 주장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것은 "부시가 싫다"는 것. 시위대의 주류는 또다시 세계화 반대주의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999년 시애틀 WTO(세계무역기구) 회의를 무산시켰고, 작년 4월엔 워싱턴에서 열렸던 IMF(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한바탕 소란을 벌인 적이 있다.
이번에 새로 등장할 시위대는 사상 최대의 혼선을 빚었던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반 부시파' 및 낙태-사형 반대주의자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방과 워싱턴 치안 당국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워싱턴 경찰은 3천600명을 총동원하고 이웃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에서 1천200명을 지원받는 등, 예년 취임식 경비 요원의 2배에 이르는 병력을 확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1973년 닉슨 취임식 때는 6만여 명이 반전 시위를 벌였었다. 그 중 일부는 닉슨이 탄 리무진에 돌멩이와 과일을 던지기도 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