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선거자금 지원수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전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한나라당은 18일 창원에서 현 정권 규탄집회를 강행하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 등 표면적인 기류는 공방전을 계속하는 양상이지만 공세의 수위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이는 여권의 움직임을 봐가며 추후 공세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당지도부의 방침에 따른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날 창원서 열린 'DJ 신독재 장기집권음모 분쇄규탄대회'를 끝으로 원외투쟁을 마감키로 했다.
또 오는 19일까지로 계획했던 야당의 국회 철야농성도 17일로 일단 끝났다.
검찰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진데다 부시 미 대통령의 취임식 등으로 여야 의원 다수가 출국한 점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양측은 오히려 내주로 다가온 설 연휴를 의식, 대국민 홍보전략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같은 기류와 맞물려 양측에선 대치전 장기화에 따른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조속히 민생을 논의하자"는 목소리도 일고 있으며 실제로 총무 등을 통한 대화 채널을 재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18일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주요당직자 간담회를 갖고 정국 현안을 논의했으나 기존의 입장만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강삼재 의원의 검찰 출두와 이회창 총재의 수사 협조 등을 거듭 촉구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강삼재 의원을 검찰에 출두시키고 조속히 국회로 복귀, 민생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와 전화접촉을 재개, 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절충을 시도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규탄대회를 끝으로 당분간 원외투쟁 일정을 보류한 채 검찰 수사와 여권의 대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특히 사안의 성격상 자신들이 수세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치전 장기화에 따른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강경 일변도 전략을 재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한 대변인실을 통한 대여 비난전도 눈에 띌 정도로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 민심동향을 의식한 듯 "꿰어맞추기식 조작 수사"라는 등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공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이날 "안기부 자금 의혹은 물론 DJ 비자금 4대 의혹까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며 "특검제를 즉각 수용하고 민생현안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