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잃은 여성…' 논문 발표

입력 2001-01-16 14:02:00

"술 한잔 하던 남자 동창들이 위로한다며 한밤 중에 전화를 했지만, 어쩐지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속이 부글거려 엉엉 울었습니다" "남편 호적을 15년 동안 살려뒀어요. 사고가 난 후 꿈에 나타나서 이승 반 저승 반 살겠다고 해서이기도 하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밖으로 알리기도 싫었습니다".

남편의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어느날 갑자기 '과부'가 돼버린 여성들이 느끼는 슬픔·분노·불안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40, 50대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 보다 3배나 높고 돌연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남편 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여전히 낮은 편.

남인숙(대구가톨릭대 여성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상배(喪配) 여성의 상실 위기 극복과 사회 적응 과정'이란 논문에서, "결혼한 모든 여성은 잠재적 과부"라고 규정했다. 여성의 기대 수명이 남성보다 높은데다 남성들의 갑작스런 죽음과 시한부 선고를 받는 질환이 증가, 남편과 사별하는 것은 여성 인생 주기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남 교수가 남편과 사별하고 재혼하지 않은 여성 26명을 심층 면접 조사한 결과, 교통사고(10명), 간 질환(7), 심장마비(3) 등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대부분이 심리적 혼란과 대인 기피증, 식욕 부진, 불면증, 화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부'에 대한 사회의 고정 관념은 '팔자가 드세고 사납다'는 것.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 슬픔과 고독, 자녀 양육 등의 문제를 도와주기는 커녕 주위에 존재하는 것마저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위협 속에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벅찬 부담을 이해하기보다 비아냥 대는 경우도 많았다.

젊고 결혼기간이 짧을수록 남편의 형제자매 등 시집 식구들 냉대를 더 받았고, 상속받을 재산이 많을수록 더 노골적으로 소외되는 경향을 보였다. 자아가 강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남편과 충분한 사랑을 나누지 못한 경우일수록 더 큰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과 함께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사람이란 뜻의 '미망인' '과부' 대신 '상배'라는 표현을 무성적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한 남 교수는, 이들 여성의 사회 통합을 위한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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