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회가 '서서히 흐르는 큰 강'이라면 인터넷 사회는 '빛의 속도로 흐르는 작은 강'이지만 '계속 커지는 강'이라고 한다. 머지 않아 큰 강을 흡수해 버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터넷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어서 언젠가는 지구 가족 모두 인터넷 사회에 들어가 살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변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을 바뀌게 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혁명'이라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중심에는 인터넷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한다. 경제.교육.의료.문화적 영역은 물론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인터넷인구가 4억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이용자 수가 1천500만명을 넘어섰고 도메인(인터넷 주소) 등록수도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은 이 같이 변화의 열풍을 몰고온 문명의 도구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생활 침해나 음란물의 배포처럼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낳기도 한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정보화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느냐보다는 어떻게 양질의 정보를 남보다 먼저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터넷 바람은 우리의 출판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서점이 등장하면서 지난 한해 동안 전국의 4천595개 서점 중 1천136곳이 문을 닫았으며, 이 가운데 9할은 규모가 작은 서점으로 소위 '동네책방'이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서적 매출액도 1년새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잇따른 서점 도산은 도매상과 출판사의 연쇄부도를 불러와 지식정보의 토대인 출판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아무튼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양식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청소년들은 많은 시간을 전자우편, 대화방 채팅, 인터넷 서핑, 인터넷 게임을 하는 데 보내고 있어 우려되기도 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는 우리 사회가 자칫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시인이 품위 있는 시는 여전히 느린 속도로 씌어지고 천천히 읽힐 것이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