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사건 국회 청문회

입력 2001-01-16 00:00:00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활동이 사건의 본질을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15일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장관과 이운영(李運永)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이 출석한청문회를 고비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빛특위는 이날 청문회에서 박지원 전 장관과 이운영 전 지점장, 신창섭(申昌燮) 전 한빛은행 관악지점장, 박혜룡(朴惠龍) 아크월드 대표 등 주요 증인과 참고인 24명을 출석시킨 가운데 대질신문을 벌였으나, 여야 조사위원과 증인들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또 여야 위원들은 청문회 과정에서 실체 규명에 주력하기 보다는 사건 성격을 서로 상반되게 규정한 그림을 그려놓고, 증인 및 참고인 신문에서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방적인 주장을 펴거나 상대당측 증인의 신뢰성을 흠집내기 위한 인신공격성 질의를 해 청문회 '무용론' '한계론'이 다시 제기됐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부도덕한 금융인과 기업인이 공모해 빚은 단순 금융사기사건'이라고 규정한 반면, 한나라당은 '정권실세가 개입한 권력형 비리사건'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최대쟁점인 박 전 장관의 '보증외압' 전화 여부에 대해서도 증인간의 진술은 엇갈렸다.

이운영 증인은 당초 주장한대로 "박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박지원 증인은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이운영 증인은 '증거를 백두대간에 숨겨놓았다,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과 이수길(李洙吉) 한빛은행 부행장간의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두 증인 모두가 "가벼운 민원사항을 위한 것으로 불법대출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답변, '외압설'을 부인했다.

여당측은 이와함께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박혜룡씨가 박 전 장관의 '친조카'를 사칭하며 친분관계를 의도적으로 과시해 한빛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얻어내려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당의원들은 신창섭 증인이 들었다는 말을 근거로 박혜룡씨가 박 전 장관에게 돈을 준 의혹을 제기했으나 박혜룡 증인은 '아크월드 자금관리를 하던 신창섭 증인이 돈을 주지 않아 어머니로부터 빌린 돈 이자를 갚기 위해 박지원 증인을 앞세워 돈을 받아냈다'는 주장을 했으며, 박지원 증인도 수수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번 청문회는 특히 관련 증인들의 증언이 기초적인 사실에 대해조차 엇갈리고,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진술했던 내용을 뒤집기도 해 증언의 신빙성과 청문회의 효율성에 문제를 던졌다.

신창섭 증인은 정무위 국감에서 "외압에 의해 대출한 것이 아니다"고 진술했으나, 이번 청문회에서는 "외압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박 전장관의 개입의혹을 적극 제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청문회에 앞서 지난해 12월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예비조사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기관보고 및 현장방문조사에서도 여야는 추가 증인채택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을 거듭하는 바람에 조사의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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