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맨드램이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이가 지심매든 그들이라 다보고싶다'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한 구절.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외웠음직한 향토시인의 이 시구에는 '방언'이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
다른 지역에서 '까불지 마라' 로 오역되기 쉬운 '깝치지 마라'는 경북방언으로 '서둘지 마라''재촉하지 마라'라는 뜻, 흔히 여름꽃 '맨드라미'로 해석되는 '맨드램이'는 봄꽃 '민들레'의 대구 방언형이다. '들마꽃'도 '메꽃'의 대구방언.
20여년 동안 방언을 조사해 온 경북대 인문대 이상규교수가 오랜 기간 연구의 결과를 묶어 '경북방언사전'(태학사)을 내놨다. 사육배판. 695쪽 분량.
"대구 방언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 문학작품을 전혀 다른 의미로 왜곡시킨 잘못을 저지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교수는 오랜 기간 대구.경북 방언연구에만 매달린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교수가 처음 방언조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79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방언조사 사업을 펼치면서 남한지역 방언 조사원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 사업이 한국방언지도 작성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한채 자료집 출간 형식으로 사실상 중단되자 지난 90년대초부터 대구.경북지역 방언자료를 수집, 정리하는데 매달려왔다. 이 사전은 그 첫번째 결실인 셈.
사전에 실린 방언은 90년대 열린 '경상도 고향말씨 자랑대회(1~6회)'의 출연 자료가 바탕이 됐다. 여기에다 경북 방언이 반영된 소설, 시 등 문학작품도 토대가 됐다. 이들 문헌자료를 수집 조사해 어휘 항목을 뽑고 또 실제로 사용된 예문을 간추려 사전을 구성했다. 방언의 사용 지역을 덧붙여 이해를 쉽게 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들춰보면 귀에 익은 방언도 많지만 지금은 들어보기 힘든 낯설은 어휘도 부지기수. 권말에는 부록으로 향토 방언의 특징을 분석한 '경북방언의 특징'과 '표제어 색인'을 실었다.
"언어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이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활 감정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역사적 증거물입니다"
이교수는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신라의 찬란한 불교 문화와 조선조 유교문화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우리말의 옛 형태 즉 고어가 많이 남아 있어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방언사전을 통해 이 지역문화의 흔적과 지역 사람들의 채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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