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과 지구 충돌 가능성은?

입력 2001-01-15 14:17:00

영화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때문에 소행성과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연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 일단 과학자들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과거 역사를 봐도 지구에 상당한 타격을 줄만한 대형 소행성들이 지구 궤도로 끌려들어와 지표면을 강타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최근 NASA 제트추진실험실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훨씬 큰 소행성이나 우주 쓰레기조각이 30년 이내에 지구를 때릴 지 모른다고 발표했다. 충격은 핵폭발과 맞먹는다고. '2000 SG344'이라 명명된 물체는 길이가 29~69m 정도로 충돌확률은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소행성보다 1천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라면 2030년 9월 21일에 지구에 가장 근접하게 된다. 물론 거리는 상당히 멀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5배. 그럼에도 지구 중력에 의해 궤도가 조금만 수정되면 충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탈리아 피사대의 수학자 안드레아 밀라니는 지난해 4월 소행성 '1999 AN10'에 의한 비극적인 충돌 가능성을 제시했다. 2027년 8월 7일에 이 소행성은 지구로부터 3만7천km부터 80만km 사이의 거리에서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만약 소행성 궤도가 지구 중력에 의해 바뀔 경우 2034년과 2039년엔 훨씬 더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게 된다. 결과는 지구와의 충돌이다. 물론 확률은 1천만분의 1이기 때문에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지구에는 매년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피해를 줄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는 것일 뿐이다. 인류 문명을 초토화시킬 정도의 소행성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라도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구에 위협을 줄만한 소행성을 관측하고 궤도를 분석하는 등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소행성간 충돌 또는 주변 행성의 중력으로 인해 궤도가 지구로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 소행성을 지구근접 소행성(NEA)이라고 부른다. 현재 추정치에 따르면 NEA는 지름 1km 이상이 500~1천500여개, 지름 100m 이상 3만~30만개에 이른다. 그러나 궤도가 알려진 NEA는 80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발견되지 않은 '저격수'가 훨씬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소행성과 지구와의 충돌 확률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NASA 연구결과 지름 100m인 소행성의 충돌은 3천년에 한번, 지름 1km인 경우는 20만년에 한번 꼴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관측 결과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50년 이내에 지구를 위협할 만한 소행성의 접근은 없다는 것. 크기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소행성이 지구를 덮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재앙이 예상된다. 거대한 폭풍과 해일, 폭발로 인해 발생한 연기와 먼지 입자들이 대기 중에 퍼져나가 햇빛을 가리는 핵겨울 현상, 폭발시 발생한 전자기파가 전자기장을 교란시켜 전력과 통신이 두절되는 현상 등등.

만약 꾸준한 탐사를 통해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이 발견된다면 어떤 대비책이 있을까. 가장 유력한 방법은 영화처럼 적절한 시기에 대상 소행성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크기를 줄이거나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소행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느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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