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소행성 비밀캐기 대장정

입력 2001-01-15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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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년 1월1일 이탈리아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는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천문대에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밤하늘을 벗삼아 별을 관측하고 있었다. 8등급의 희미한 별 하나가 피아치 천문대장의 눈길을 끌었다. 별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낯선 별이었다. 베테랑 천문학자는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별을 찾았다는 흥분에 휩싸였다. 이 별이 훗날 '세레스'로 이름붙여진 소행성이었다. 올해는 소행성 발견 200년이 되는 해다.

70년 전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태양계는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중심에 태양이 있고 주변에 9개 행성과 소행성 벨트, 어둡고 추운 변방에서 가끔 날아오는 혜성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년전 시작된 스페이스와치(Spacewatch) 프로젝트 등을 통해 행성천문학자들은 태양계를 보는 시각은 많이 바뀌었다. 태양계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소행성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다.

소행성 발견 200주년이 되는 올해는 특별히 의미가 크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선을 소행성 표면에 착륙시킬 예정이다. NASA(미항공우주국)는 지구로부터 2억5천600만㎞ 떨어진 곳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소행성 '에로스(Eros)'의 표면에 무인우주선 'NEAR(지구근접 소행성 랑데부)'를 다음달 12일 착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땅콩모양의 에로스는 길이 33.4㎞, 너비 12.8㎞로 뉴욕 맨하튼섬의 2배 정도 크기. NEAR(지난해 3월 슈메이커로 이름이 바뀜)는 지난 96년 발사된 우주선으로 로켓 점화에 문제가 발생해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지난해 2월14일 에로스 궤도에 진입했다. 2억2천400만달러가 투입된 NEAR 프로젝트의 마지막 임무가 에로스에 착륙하는 것. 그러나 NASA 관계자들도 착륙 성공률을 1% 미만으로 보고 있다. 만약 에로스에 안착한다면 NEAR는 초당 1m의 속도로 움직이며 화학성분, 표면사진 등을 보내올 것이다.

NEAR호가 지난해 2월 에로스 궤도에 진입했을 때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소행성에도 계절이 있다는 것. 에로스 북쪽지역은 여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어둠에 싸인 남쪽은 혹독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었다. 에로스는 1.76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돌며 하지·동지점(햇빛이 극에서 질 때)과 춘분점을 가진다. 에로스의 계절은 지구의 사계절과 같지만 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북쪽지역에서 봄이 지속되는 기간은 가을의 절반이며 계절간 온도차도 극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름과 겨울에 극표면 온도차는 액체 질소 온도(영하 195℃)와 물이 끓는 온도 차이 정도로 크다.

NEAR 외에도 많은 우주선들이 소행성의 비밀을 캐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지난 98년 10월 발사된 딥스페이스(Deep Space) 1호는 최근 소행성 '브레일레'를 26km까지 근접해 비행하면서 소행성의 다양한 모습을 지구로 전송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에 발사된 소행성 탐사선들은 근접 비행하거나 궤도를 선회하며 탐사하는데 그쳤지만 앞으로 발사될 탐사선들은 소행성 표면에 착륙해 구성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목적으로 발사 예정인 소행성 탐사선들로 미국의 '닙(NEAP)'과 일본의 '뮤지즈-C'가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데브사는 상업적인 소행성탐사선 닙을 제작해 탐사선 자체를 판매하기도 하고 탐사한 소행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21세기판 신대륙 탐험인 셈이다. 탐사선은 올해 4월 발사해 2002년 5월 소행성 '네레우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먼저 관측장비를 소행성 표면에 떨어뜨린 뒤 탐사선 자체도 2002년 7월 소행성에 착륙할 계획이다. 일본의 뮤지즈-C 탐사선도 소행성 표면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려는 야심찬 목적을 갖고 2002년 11월이나 12월 중 발사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05년 소행성 '1998 SF36'에 도착해 지표로부터 20km 상공을 선회하며 탐사한 뒤 표면에 착륙하게 된다. 표면물질을 수집해 다시 지구로 돌아오며, 2007년 6월쯤 지구로부터 3만~4만㎞ 떨어진 곳에서 샘플을 담은 캡슐만 따로 분리해 지구 대기로 진입시켜 회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밖에 유럽우주기구에서는 위르타넨 혜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2003년 1월에 로제타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인데 최종 목적지인 혜성으로 가는 도중 소행성 '오타와라'와 '시와'를 지나가며 관측할 예정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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