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시작한 일인 만큼 책임감을 느끼며 뭔가 정리도 해야된다는 생각입니다"지난 98년 청송교도소에서 15년간 수감중이던 대도 조세형(趙世衡)씨를 무료변론하며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엄상익(嚴相益) 변호사가 다시 조씨 돕기에 나섰다.
엄 변호사는 일본에서 조씨의 절도 행각이 세간에 알려진 직후 '한번만 더 도움의 손을 내밀어달라'는 조씨 부인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그가 정식 변론을 맡을 수는 없는 일.
엄 변호사는 "보관하고 있던 조씨에 대한 기록을 일본변호사에게 넘겨주고 일본법조계의 지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조씨의 선처를 호소한 뒤 방청석에 앉아 지켜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사관을 통해 조씨에게 일본행을 알리자 조씨는 "부끄럽다·아내와 변호사님 얼굴을 볼 낯이 없다"며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그는 조씨가 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절도는 돈이 없어 저지르기보다는 일종의 병"이라며 "처음 감옥에서 조씨를 만났을때 그에게 범죄 억제의 의지가 있다고 봤는데 깊이 숨겨진 병균이 출감후 도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엄 변호사는 "수감당시 조씨는 정말 신앙심이 깊었다"며 "자연인으로서 검소하게 살아가길 바랐지만 출감뒤 마치 영웅이 된 양 교정행정을 비판하고 선교활동을 하고 다녀 몇차례 말렸으나 '내게도 목표가 있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출소자들을 돕는 재활단체인 '성애원'에서 무료로 법률자문봉사를 해온 그는 "범죄자 100명중 출소후 개과천선하는 사람은 1명 정도"라며 "전과자들에 대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 출소자들의 재범을 부추기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오는 16일 조씨의 부인과 함께 일본에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