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파미르의 설산 연봉, 광막한 죽음의 사막…. KBS 신년 스페셜 '고선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고선지(高仙芝).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이름. 그 고선지가 신년 벽두 대하 스페셜(6·7일. 1부 서역으로 간 고구려인, 2부 파미르를 넘어 세계사 속으로)로 시청자들 앞에 살아났다.
고구려 유민 출신으로 당나라 장수가 된 고선지는 실크로드를 무대로 대당(大唐)을 건설한다. 747년 파미르를 넘어 소발률국을 원정한 것은 그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당의 서진 정책에 맞서 동진하던 사라센 세력―티베트의 동맹을 깨뜨린 것이다. 고선지는 이어 중앙아시아 깊숙이 석국(타슈켄트), 강국(사마르칸드) 등을 정복한다. 그러나 그는 751년 탈라스강 전투에서 아부 무슬림의 30만 아랍연합군과 격돌, 첫 패배를 맛본다. 이어 그는 안록산의 난에 휘말려 처형당한다(755년).
'고선지'에서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파미르, 힌두쿠시, 다르코트 등의 위압적인 자연과 돈황석굴 등 역사적 볼거리들. 역사 상황을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도 도드라졌다. 무엇보다도 고선지의 부장 장무가의 무덤에서 발굴한 문서를 제작진이 소개한 것은 의미있는 '업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도 없지 않았다. 탈라스 전투 하나만으로 고선지가 중국의 제지술을 사라센 세계에 전하는 등 동서문화교류의 징검다리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무리였다. 또 고선지와 함께 끌려온 다른 고구려유민들의 삶도 완전히 묻혀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고선지는 '혼자 뛰는' 영웅으로 그려졌다.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고선지'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던져줬다. 그의 삶과 활동무대를 비춤으로써 시청자들의 눈을 동아시아 역사, 나아가 세계사 속으로 이끌어내려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KBS가 프라임타임대에 '고선지'를 내보낸 참 의도가 있었다.
여은경(eunkyung0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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