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개된 안기부 자금지원 명단과 내역은 정치자금이 지극히 자의적으로 집행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공천을 받고도 자금 지원에서 제외된 '미운털이 박힌 이'가 있는가 하면 같은 지역구의 상대 후보에게 돈이 지급된 경우도 있었다. 또 지급된 액수가 천차만별인데다 재력가로 알려진 후보나 중진급 인사, 심지어 일부 민주계 후보는 지원대상에서 빠져 있다. 일부의 경우 출마지역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마저 틀려 명단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미지급=유성환(대구중구).강용진(서갑).강재섭(서을).이철우(달서을).김석원(달성군).윤해수(포항북).유돈우(안동을).박세직(구미갑).김윤환(구미을).황병태(문경.예천).주진우(고령.성주).우명규(의성)후보 등 12명의 후보는 신한국당 공천을 받고도 자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들은 "결과적으로 안 받길 잘했다"면서도 "왕따시킨 것이 아니냐"며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무소속 지원=대구 서갑의 강용진 후보는 신한국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지만 정작 돈은 무소속인 백승홍 후보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선거결과 승리, 후일 신한국당에 입당한 백 의원은 그러나 "무소속 후보에게 돈을 줄 리 없고 기억조차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중진.민주계.재력가 제외=당시 신한국당 대표였던 김윤환(구미을)후보와 강재섭(대구 서을) 후보 등 중진과 민주계인 황병태(문경.예천) 유성환(대구 중구) 이철우(대구 달서을) 후보에게는 자금이 전혀 지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또 쌍용그룹 회장이던 김석원(달성군) 후보와 사조그룹 회장인 주진우(고령.성주) 후보는 '실탄'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재력가라는 판단 때문인지 대상에서 빠졌다. .
◇마구잡이 배분=후보별 지원액은 5천만원부터 4억8천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당 대표(김윤환)가 한 푼도 받지 못하는가 하면 박헌기(영천) 의원에게는 4억8천만원이나 돌아갔다. 대구 동갑.을, 북갑.을, 수성갑.을, 경주갑.을의 경우도 후보마다 금액이 기준도 없이 달랐다.
◇오류와 누락 의혹=당시 백승홍 후보는 대구 서갑에 출마했음에도 안기부 자금지원 명단에는 대구 중구로 적혀 있고 이원형 후보 역시 출마지역이 대구 수성갑이지만 전국구로 기재돼 아예 사실관계가 잘못돼 있다. 또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윤환.박세직.이한동.김종호.오장섭 후보 등 일부 중진들은 명단에서 빠져 고의누락.표적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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