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산부인과 의사 정지영(40)씨. 지금까지 신생아를 5천여명이나 받았다. 아이 받는 일엔 이골이 난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다. 자신도 세 아이의 엄마. 임산부의 심정은 꿰뚫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한국의 시에 나오는 한 송이 국화꽃 같다. 첫눈에도 남동생 많은 누나이며 맏며느리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녀는 수다쟁이. 임신과 출산, 육아는 물론이고 시어머니와 남편 욕하는 일에도 금세 임산부의 동지가 된다.
하지만 정씨는 걸핏하면 눈물 글썽거리는 울보이다. 환자가 어렵게 임신을 이뤄내도 울고, 아이를 유산해 버린 엄마를 만나도 운다. 정씨의 책상 유리 밑에는 이제 돌이 지났을까 말까한 아이들의 사진이 몇 장 있다. 체외수정으로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의 것. 엄마들이 감사차 보내온 사진들을 보는 일은 그녀의 기쁨이다.
그녀를 찾아 오는 임산부들은 이미 익숙해진 기다림 끝에 만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에 쉽게 빠지기 일쑤이다. 좀처럼 생기지 않는 아이, 아이를 품고도 또 보냈던 열 달, 오랜 시간의 진료실 대기, 오랜 진통을 참아내는 일… 모든 게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산모들은 즐거워 한다. 원하는 만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도 의사의 일 역시 기다리는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아이가 늑장을 부려도 제왕절개를 잘 선택하지 않는다. 별 문제가 없는 아이는 어스름한 새벽까지 기다려서라도 정상 분만 시킨다. 너무 힘들어 의사를 원망하던 엄마들도 정상분만 후에는 은근히 웃는다. 정지영씨는 그 미소가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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