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기부 리스트 의문 투성이

입력 2001-01-10 00:00:00

'안기부자금의 선거유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은 뭐니뭐니 해도 '강삼재.김기섭' 윗선이 과연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에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자금을 받았다는 당시 신한국당 의원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바람에 정치권은 완전히 벌집을 쑤셔놓은 형국이다. 물론 국가예산이 특정정당의 정치자금으로 빠져나간 건 국기문란의 중대사안으로 철저히 그 진상을 밝혀 그 대상이 누구건 척결해야 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이런 저런 잡음으로 검찰수사를 방해할 게 아니라 일단 그 결과를 조용히 지켜봐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었다. 이런 중대한 검찰수사가 일단락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금지원 대상자 명단이 공개된 건 그 경위가 어찌됐건 일단 검찰에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그런 명단을 작성한 일조차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이런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건 이 사건 수사를 진행중인 검찰밖에 없다. 만약 검찰의 주장대로 검찰이 자료를 흘린 게 아니라면 여당 정치권과 검찰의 수사상황에 대한 교감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의 관측이다. 이게 사실이면 그야말로 보통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정황증거는 검찰수사 착수시점부터 포착된 게 사실이다. 여권 일부에서 야당총재의 관련설이나 수사대상자를 비롯 그 리스트까지 있다면서 검찰에서 들은 바는 아니라고 했으나 공교롭게도 검찰수사는 여권의 주장대로 진행되고 있다는데서 여권과 검찰의 교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공개된 명단엔 현재의 이한동 국무총리나 김종호 자민련 총재권한대행등 일부 여권 공조인사들이 빠져 있는것도 이 명단공개가 정치공세의 목적을 다분히 지녔음을 의미하고 있다. 게다가 공개된 명단의 당사자에 대한 가벌성이 사실상 없다는 상황인점을 감안하면 의혹은 더욱 짙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현 정권들어 개정하면서 96년 이전의 모든 정치자금에 관한한 일단 묻기로 여.야가 약속한 것인데다 시효(3년)도 지났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대상자로 삼는 '횡령'등의 혐의외엔 대부분 형사처벌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자료공개는 다분히 현 여권이 야당공세의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왜 이런 여당의 정치공세에 결과적으로 검찰이 거든 모양새가 됐느냐에 있다. 가뜩이나 검찰의 중립성문제가 이슈가된 마당인 점을 감안, 검찰은 유출경위를 밝히고 수사본질에 충실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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