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북-미 평화협정 체결돼야" 새해 첫 거론

입력 2001-01-09 15:05:00

북한은 지난 6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이날 한반도의 긴장상태 완화와 전쟁 위험 제거를 위해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고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평양방송의 이같은 주장은 새해들어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처음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으로, 일단은 평화협정 문제에 대한 북한의 기존 입장에 아직 변화가 없음을 나타내준 것이다.

사실 지난해 10월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미국을 방문해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이끌어내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방북하는 등 양국 관계개선이 두드러졌기에 올해 공동사설에서 대미관계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이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의외로 공동사설에서 대미관계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북한은 이번 대미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첫 거론을 계기로 이같은 원칙적인 대미입장을 당분간 계속 천명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부시 미국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일단 평화협정 문제를 비롯한 대미현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관망자세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월 20일 부시 미국행정부의 공식출범 이후 북·미 평화협정의 진로가 어떤 형태로 진전될 수 있을지가 새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90년대 후반 이후 남북한이나 미측 모두 정전체제 대신 평화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정전협정 체결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평화보장체계'를 체결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4자 회담 공전의 근원인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북측과 한·미측간의 대립 구도가 지난해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계기로 조금씩 완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새해 미국이 지난 8년간의 클린턴 행정부를 뒤로 하고 부시 미국행정부를 출범시키게 됨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환경이 달라질 개연성도 없지는 않다.그러나 대부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도 클린턴 행정부 대북정책 기조를 벗어나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고, 그동안 이뤄진 북·미관계의 진전을 뒤엎지는 못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미국과 함께 채택한 북·미 공동 코뮈니케에서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계로 바꿔 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들이 있다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고 명시, 남북한이 협정 체결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북·미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전협정의 평화보장체계 전환에 대한 북·미간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4자회담의 재개 등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사안들이 연이어 예정되어 있다. 또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오는 3월께 미국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따라서 새해에 김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은 한반도 평화정착 구축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전망이다. 이에 따라 남한의 남·북 평화협정 주장, 북한의 북·미 평화협정 주장을 절충해 낼 방식에 관한 논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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