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철만 되면 근로자와 사용주는 늘 긴장하기 마련이다. 쟁의나 파업없는 타결이 최선의 길이지만 양측의 합의도출은 어디 입맛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강성발언이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경향은 근로자측의 사정이고, 사용자는 경영을 앞세워 임금의 인상폭을 적게하거나 동결시키는 계획을 임금협상 테이블로 가져간다. 노.사간의 이견(異見) 으로 고성이 오고 가기도 하고 노동자대표의 삭발, 리본달기 등으로 살벌한 지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기본바탕은 한 식구여서 갈등은 이내 치유되는 게 일반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서로간의 상황 인정이다. 국가건강보험공단과 전국사회보험노조(옛 지역의보)간의 임금인상 합의내용은 현실을 외면한 '제몫챙기기'여서 무슨 명분을 끌어다 대도 믿을 사람이 없게 돼 있다. 개인기업의 노사도 사회통념.윤리의 토대위에서 합의하는 관행이거늘 공기업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초과해 임금인상안에 서로 서명한 것은 일종의 '돈잔치'라는 생각이다. 어느 누가 받는 손이 작아서 많은 임금을 받지 못할까. 뻔히 보이는 회사경영의 악화 등을 감안한 배려가 다음에 충족을 기대하며 임금협상을 종결하는 노조원들의 기본인식을 그들은 내팽개쳤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낯뜨거운 발상이다. 응급수혈 받은 국고지원액에서 임금 소급분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하니 도덕성 언급이전의 공기업 구성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재정파탄 위기를 국고지원 1천500억원으로 가까스로 넘긴판에 그것도 소급해 인상액을 챙긴다니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 아닌가. 지난해 연말 파업기간중 임금을 받지 못한 노조원들의 생활자금 대출도 특혜성 시비의 대상이다. 300만원씩을 연리 3%의 싼이자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집단이기주의 극치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사용주측인 공단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공세에 못이겨 합의한 것이라고 하니 이 조직은 이성마비증 수준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은 선후가 분명해야 하는데 앞뒤 가릴 사고(思考) 능력이 없다면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물론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생활급을 보장하는 장치는 있어야 하되 이런 나눠먹기식 임금협상은 분별없는 짓이라는 질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최종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