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반사 요법' 어떤 효과

입력 2001-01-09 00:00:00

하루 종일 걷는 통에 혹사 당하는 발. 그것에 건강의 비결점이 있다면? '발반사(反射) 요법'. 다소 생소한 이름의 건강법이 또다른 건강유지 요법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것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겠다는 '발반사 건강학회'가 생겨났으며, '발건강 클리닉' 간판을 단 업소가 대구시내에만 80여개에 이른다.

한 클리닉 원장은 "손님이 하루에만도 10여명이나 된다"고 했다. "한번 마사지하는데 1시간30분이 걸려, 기다리다 못한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찾아 갈 정도"라고 했다.

◇발반사 요법이란?

이 요법은 발바닥에 몸속 장기들의 반사점이 분포돼 있다고 믿는데서 출발한다. 그러한 반사점들을 손가락이나 지압봉 등으로 누르거나 비벼 주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

경산대 한의대 이승우 교수는 이 반사점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혈점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점에는 신경과 모세혈관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러 장기나 기관과 대응하는 압통점(壓通點)인 셈.

그곳을 눌러주면 몸 자체가 각종 질병을 자가 치유하는 걸 도울 수 있고, 발바닥 속에 쌓여있던 노폐물도 제거, 몸을 가뿐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요법을 적용하면 "만성피로·불면증·두통·생리통·관절염 등 몸에서 발생한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고, 긴장을 줄여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면역력을 증가시켜 피로 때문에 빚어지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발반사 요법 이래서 좋다?

이 요법을 받은 사람들은 과연 이론 만큼 효과를 보고 있을까? 발건강 클리닉들이 소개해 준 몇사람을 만나 봤다. 7개월째 발 마사지를 받고 있다는 이여주(25·여·대구 대명동)씨는 "발반사 요법으로 갑상선 이상을 조기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발 마사지를 통해 엄지 발가락 바로 아랫 부위에 또래 여성의 발과 달리 굳은 살이 많고 색깔도 검은 것을 발견, 병원에 가 갑상선 진단을 받고 수술로 치료할 수 있었다는 것.

구정지(52·여·대구 시지동)씨는 "등산만 갔다 오면 허리와 온몸에 통증이 심했으나, 발 마사지를 받은 후 그것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 뒤 남편까지 함께 마사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

또다른 경험자들도 "피로감이 사라져 몸이 가뿐하고, 소변이나 대변을 볼 때 몸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취재기자의 체험

그러나 발반사 요법에 대한 양방의 태도는 한방과 크게 달랐다.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요법이라는 것이 요점. 특히 마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거나, 현대의학의 한계를 뛰어 넘어 뭐든 해결해 준다는 식으로 받아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엄중히 경계했다.

정말 어떤지 취재기자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실시 횟수는 3일간 3회. 첫날엔 발바닥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가해지는 압박 자체가 통증으로 받아 들여졌다. 통증 때문에 운전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

이틀째부터는 마사지를 받아도 통증은 상당히 덜했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다가왔다. 이날부터는 잠을 더 깊게 잘 수 있게 된 것 같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로감도 덜어진듯 했다.

단 3회의 시술이 건강을 크게 증진시킨다거나, 아니면 이 요법의 효과 없음을 밝혀 낸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할 일. 하지만, 발반사 요법으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거나, 건강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으리라 무턱대고 맹신하는 일만 없다면, 해 볼만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발만 주물러도 어지간한 고뿔 같은 것은 퇴치할 수 있다고 경험을 강조했던 퇴계 선생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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