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언론 미경기 침체 영향 분석

입력 2001-01-08 14:57:00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FRB(연방 준비제도 이사회)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뒤, 그럴 경우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 타임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 등이 전망했다. 연합뉴스 자료를 항목별로 다시 정리했다.

◇세계의 반응=작년에 16년래 최고 수준인 5%의 성장을 기록한 세계 경제의 3분의1을 미국이 직간접 수입을 통해 뒷받침했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침체는 전세계를 불안케 할 수밖에 없다.

많은 경제 관계자들은 "FRB까지 불안증을 나타낸 것은 이제 더 이상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받아 들이고 있다. 때문에 각국 정부.기업들 사이에는 미국 경제가 땅에 떨어지면 세계가 와해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7일자 뉴욕타임스 신문은 "일본이 경기 침체로 세계경제 견인에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미국의 침체는 세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수출상품의 80%를 미국으로 보내고 있는 멕시코가 가장 위험하지만, 미국 수입상품의 20%를 공급하는 아시아 지역도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경기 침체되나=그러나 미국의 경기 침체가 반드시 전세계적 침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어느 한 지역의 침체는 항상 다른 지역에서 보전돼 왔다. 심지어 1970년대 중반의 석유위기 때도 세계 산업생산은 매년 2%의 성장을 지속했다. 오늘날 역시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 경제들은 미국에 그렇게 크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다른 지역의 성장을 둔화시키기는 하겠지만 전세계적 전면 침체를 촉발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HSBC은행은 미국경제의 침체를 감안하고도 세계 경제는 올해 3.2%, 내년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의 수석 경제분석가 마이클 무사는 "세계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세계적 침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기관차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미국.유럽.아시아의 경기 사이클은 특별히 밀접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 몇년간의 경제 기조를 보면, 세계적 요인 보다는 국가적이고 지역적인 요인들에 의해 좌우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의 경기침체는 80년대의 확장국면에 따른 인플레를 치료하기 위한 FRB 조치의 결과였다. 그에 이은 유럽의 침체는 독일이 통일비용을 치르고 유럽 각국이 통화동맹 가입을 위해 재정긴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의 부동산 및 주가 하락으로 침체에 빠진 것이다.

◇국가별 총체적 영향=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캐나다.멕시코.말레이시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 다음은 한국.태국.대만이 "감기에 걸릴 것"이다. 일본.유럽은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일본은 자체적 원인으로 경기가 둔화돼 있어 침체국면이 더 깊어질 수는 있다.

지난해 IMF의 모델을 이용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주가 하락이 미국의 GDP를 2% 떨어뜨릴 경우, 유로 지역과 일본의 GDP는 1%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그렇게 된다면 유럽은 실업률 하락세가 멈춰지고 일본의 경기회복 희망은 다시 뒤로 미뤄질 것이다.

◇국가별 수출부문 영향=HSBC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다른 국가들의 수출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대미 수출이 GDP의 4분의1~3분의1까지 차지하는 캐나다.말레이시아.멕시코가 취약하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소비가 감소할 경우 한국.대만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세계 산업생산의 1.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은 일부 신흥시장 국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됐다. 대미 수출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멕시코.말레이시아는 25%, 한국은 8%, 태국.대만은 12%에 달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전자제품의 대미 수출이 1998년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미국의 기술산업 침체로 타격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HSBC는 한국.말레이시아의 성장률이 내년에는 4% 미만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유로 지역과 일본의 대미 수출은 GDP의 2∼3%에 불과해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 대부분 선진국들에선 미국시장이 경제의 주류를 이루지 못한다. 유로 지역은 수출이 GDP의 17%에 불과, 상대적으로 세계시장에 대해 폐쇄적인 셈이다.

대미 수출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독일은 2.6%, 프랑스는 1.7%에 불과하다. 미국경기 침체로 영향 받을 신흥시장국에 대한 수출도 관리가 가능한 규모다. 여기다 유럽은 이미 세금인하가 이뤄지고 있어 유로지역의 내수가 올해 0.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출수요 감소를 상쇄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경기 침체는 원유와 기타 원자재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캐나다.말레이시아.멕시코 등 상품 생산국들에게 또다른 타격을 줄 것이다. 하지만 유로 지역과 일본 등 상품 수입국들은 오히려 득을 보게 될 것이다.

◇국가별 투자.금융부문 영향=외국인 투자 부문에서는 유럽.일본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크다. 때문에 이들 나라는 이 부문에서 판매와 이윤이 줄어들 것이다. 개도국들에선 미국의 경기침체가 급격한 자본 해외 이탈을 초래할 경우, 대미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야 하는 브라질과 중남미 국가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시아의 신흥시장 국가들은 대미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미국경제의 침체는 달러화 약세를 의미한다. 이는 유럽 제조업자들을 어렵게 할 것이다. 대신 자국 통화를 달러화에 연동시키고 있는 아르헨티나.중국 등은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은 FRB의 추가 금리인하를 저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의 대미수출 비중은 GDP의 3%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이 3.6%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엔화의 하락은 일본경제가 받을 타격이 얼마나 클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의 표현이다.

증시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기술주들은 미국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정보기술 업체들의 시가 총액이 미국에서는 GDP의 25%에 달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2%, 일본에서는 7%,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는 5%에 불과하다. 때문에 기술주 주가 폭락이 국내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에 비해 훨씬 작을 것이다.

미국의 주가가 더 하락한다고 해도 유럽 등에선 기업의 시가총액이 미국 만큼 과대평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식에 대한 개인소득의 의존도가 미국 보다 낮아서 주가 폭락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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