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섬유살리기' 야심찬 계획

입력 2001-01-08 00:00:00

지난 91년에서 97년까지 대구 제조업의 부가가치 성장에서 섬유가 차지한 기여도는 44.7%로 어느 업종보다 높다. 대구 섬유가 대구 경제에 기여한 정도는 한국 섬유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것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현재 지역 섬유 경기는 최악이다. 대구 경제가 최악이라는 말과 같다. 바꿔 말하면 섬유 산업을 살리면 지역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역 섬유를 살리기 위해 나온 방안이 '대구·경북 섬유산업육성방안', 일명 밀라노 프로젝트다. 제직·염색에 편중된 소품종 대량 생산체제의 지역 섬유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재편하고 대구·경북을 패션·디자인·어패럴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이다.

지난 99년부터 시작된 밀라노 프로젝트는 2003년까지 6천800억원(국비 3천670억원, 시비 515억원, 민자 2천615억원)을 투입하는 야심찬 '한국 섬유 살리기 계획'. 현재 17개 사업별 평균 진행률은 44.3%.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섬유산업 전반의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완수된다. 범용성 직물만 생산하던 단순 생산기지에서 탈피, 고감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신제품개발센터 및 니트시제품센터, 염색디자인실용화센터 등이 후발개발도상국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원단과 염색가공 기술을 업체에 전수해 주게 된다.

패션디자인연구센터는 세계적인 디자인 기술과 앞으로 유행할 최신 패션 트렌드 및 섬유 소재 등을 수시로 업체에 제공해주고 필요하다면 디자인까지 직접 해주거나 인력을 지원한다.

섬유정보지원센터와 패션정보실은 선진 각국의 섬유관련 업계 동향과 각국의 섬유 정책, 주요 바이어 동향과 블랙리스트 등을 취합,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제공해준다. 섬유패션대학은 밀라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중견 인력 공급을 책임진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 30만평 대단지에 패션·어패럴밸리가 들어선다. 여기에는 의류생산업체, 의류 유통시설, 섬유·패션관련 기관, 호텔, 봉제 리소스센터, 섬유패션대학, 이벤트장 등 섬유·패션·디자인에 관한 모든 것들이 들어서 '한국의 패션·어패럴밸리'로 자리잡게 된다.

물론 이런 인프라 구축이 끝난다고 대구 섬유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일회성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우리나라를 도약시킨 경제개발5개년계획처럼 지속적으로 진행되느냐'이다.

현재 진행중인 17개 개별 프로젝트 대부분은 2003년 이후 국비나 지방비 지원이 끝날 경우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다. 자체에서 생산한 개발품이나 기술력으로 경상경비라도 건질 수 있는 시점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건물만 세워 놓은 채 인테리어는 전혀 안된 또다른 골칫덩이가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관건은 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워낙 불경기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수년내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밀라노 프로젝트보다는 당장의 지원에 목말라하고 있다.

과거처럼 업체에 대한 무차별 지원이 아니라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 밀라노 프로젝트가 갖다주는 기술이나 제품을 상품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라면 살려 놓아야 한다. 잘못하면 기술은 개발해 놓았는데 수혜 업체가 없어져버릴 공산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른 판단이긴 하지만 밀라노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실제 상당수 기업들은 자체 슬림화 및 신상품 개발과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도 자금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한 지원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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