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형, 새해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세기의 한 밤을 건너와 이 세상의 아침을 다시 엽니다. 저는 이 아침 창문을 열고 밤이 다 지났는지, 어둠은 물러갔는지를 확인합니다. 저 겨울 빈 들녘 너머 다시금 밝아오는 하늘이 잘 보입니다. 그제야 신새벽의 빛살과 더불어 또다른 새 날이 온 것을 압니다.
누군가 말했다지요. 어둠을 빗자루로 쓸어낼 수는 없지만 창문을 열면 어둠은 사라지고 밝은 빛을 맞이할 수 있노라고. 저는 그걸 믿어마지 않습니다. 이젠 우리네 마음과 삶의 창문을 활짝 열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껏의 과거지사, 그 거칠고 오도된 인간고(人間苦)나 세계고(世界苦)의 어둠을 몰아낼 시간인 것입니다.
인간 내면에 살아있는 혼불
J형, 저는 이 새해 벽두에 스펭글러의 역사관을 기억하면서 염원해 봅니다. 지난 세기가 물질문명의 어두운 죽음의 골짜기였다면, 새 천년대의 21세기는 정신문화의 드높은 산마루가 되어야 하리라고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새 시대를 맞이하는 희망과 용기를 저마다의 가슴에 안고 지금 여기에 서 있습니다. 이 새 출발점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롭고도 참된 '인생(인간생명)'의 부활, 그 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셈이지요.
일찍이 괴테는 인간의 본성 또는 내성 안에는 '사랑'으로써 서로를 살리고 구하는 '빛'과 같은 능력이 있다고 했더랬습니다. 그 사랑, 그 빛의 뜻과 힘을 우리는 함부로 저버릴 수 없고 저버려서도 안되리라 여깁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그걸 너무 몰랐거나 무관심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생명에 있어 결코 죽지 않는 영혼, 불사불멸의 정신으로 한없이 밝고 뜨거운 '혼불'을 날마다 밝혀가며 일깨워 우리네 '생명에의 꿈'을 꼭 지켜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을 밝히는 빛
J형, 저는 지금 조심스럽습니다. 제 얘기가 '말하지 않는 말'이 되었으면 싶기도 합니다. 우리네 삶의 중요한 가치는 작은 것에서 비롯되고, 해답은 늘 우리 눈 앞 가까운데 있지요. 저의 얘기도 그런 것입니다. 이런 얘기는 어떻습니까. 사람이 사람을, 사람이 자연환경을 되는대로 마구 대하고 취급하는 무례함, 그런 어둠은 없어져야 겠지요. 아무렇게나 말하고 행동하는 무책임, 그런 어둠도 내쳐져야 합니다. 차갑고 딱딱하거나 이기적이고 비겁한 것은 '사람답게 사는 일'에 몹쓸 어둠일 뿐입니다. 그런 적대감과 살의같은 어둠도 사라져야 합니다.
무례함, 적대감 등 어둠 내쳐야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간애로서의 이해와 관용, 부지런하고 용감한 인간성으로서의 성실과 용기가 오늘날 더 많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간생명의 꿈, 그 사랑의 불씨를 지피고 구원의 불길이 이웃과 사회에 제대로 타오르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의 애틋한 사랑에 힘입어 사람으로 사는 위안과 희망을 되찾았으면 싶습니다. 우리가 새로이 살길 바란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진정한 생명문화를 함께 지켜가야 할 그런 뜻있는 빛의 새해 새날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J형, 이 정월 몇며칠께 겨울 하늘가의 바람결은 아주 차고 맑습니다. 저 언덕빼기와 산마루의 송백(松柏) 잎새들이 더욱 푸르러게 빛나 보입니다. 참, 가슴아픈 세상살이의 그리움과 곤고함을 오늘은 조금이나마 잊어버려야죠. 그리고 우리, 내일을 위한 '사랑의 찬가'를, 그 영원한 '생명의 노래'를 부릅시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총총. 자인 계정숲 소릉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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