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타계한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맏아들인 시인 황동규(63·서울대 교수)씨가 아버지를 그리는 추모시를 '현대문학' 1월호에 발표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낸 이 시들은 '추억의 힘줄은 불수의근(不隨意筋)이니'와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등 두 편.
'왜 아버님 추억은/마지막 것만 떠오르는지/보청기 낀 귀에 손바닥 오므려 대시던 얼굴만 떠오르는지/…/마지막 무렵 초췌한 모습인지/그렇게 힘들게 말하려다 그냥 두시는 모습인지'(시 '추억의 힘줄은 불수의근이니')
백령도 여행길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서자 아버지의 모습 대신 그에 대한 추억만이 집안에 남아 있음을 시인은 아쉬워한다. 수시로 시인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아버지의 잔영. 이런 잔영 때문에 시인은 아버지가 남긴 셔츠와 양말 차림으로 베란다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 아버지의 내음을 맡고 찾아보기도 한다.
꼭 끼는 가을꽃 무늬 셔츠에도, 베란다의 난(蘭) 줄기를 타고 오르는 개미 한 마리에도, 아버지의 손길을 스쳤을 화분에도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확인한다. 평생 올곧은 문학정신으로 살다간 아버지의 모습에서 영원한 생명의 이어짐을 시인은 확인한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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