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일반석 증후군 심각

입력 2001-01-04 14:37:00

비행기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던 승객이 내리자마자 사망하는 '이코노미 클래스(일반석) 증후군'의 희생자가 늘고 있다.

일본 경우, 일본의과대 및 도쿄 국제공항 클리닉 분석에 따르면 지난 8년 동안 나리타 공항 이용객 중 25명이 이 증후군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입원치료 받은 중증환자는 연간 50~60명에 달하고, 경증 환자까지 포함하면 이런 피해자는 연간 100~150명에 이른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심정맥 혈전증(DVT)이라고도 부른다. 좁은 좌석에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다리의 정맥에 혈괴(혈전)가 생겨 폐동맥을 막음으로써 호흡곤란 및 심폐 정지를 초래하는 폐색전을 일으키게 된다.

작년 10월 젊은 영국 여성이 20시간 항공 여행 끝에 사망한 뒤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최근 영국 상원이 정부와 항공회사에 대책을 권고함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미국인 기장은 조종사실에서 쓰러져 호흡곤란으로 숨졌다. 70대의 일본계 필리핀 남자는 비행기에서 내리던 도중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특징과 소송 사태=이 증후군은 항공기에서 앉아 있는 자세, 수분 섭취량, 기압, 항공기 고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혈액의 유전적 인자도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 연구팀은 아시아인 보다 백인에게서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인에겐 혈괴를 일으키는 특수 혈액인자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백인들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호주의 한 법률회사는 이 증후군 위험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탑승객들에게 이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항공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법률회사 관계자는 "이 소송 제기에 합의한 사람이 10명을 넘는다"며 호주 콴타스 항공, 영국 브리티시 항공, 프랑스의 에어 프랑스, 에어 뉴질랜드 등 항공사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이 증후군은 고령자, 비만자, 술을 마신 사람 등에게 발생하기 쉽다. 기내가 건조하기 때문에 몸 속 수분을 빼앗겨 혈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의사들은 7~8시간 이상 비행기를 탈 경우 물을 많이 마시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하는 등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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