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다 가기전 떳떳하게 아들과 딸을 만날 겁니다"
1여년간의 노숙생활을 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최상관(52·대구시 북구 대현동)씨.
쉰줄에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최씨의 눈빛은 희망이 넘쳐 보였다.
지난해 9월 대구상수도사업본부의 한 용역업체에 둥지를 틀고 수도배관공으로 새 삶을 시작한 최씨는 이제 술(소주)이 없어도 지난 10년의 세월을 얘기할 수 있다. 90년부터 7년간 부산에서 배를 타다 97년초 대구에 올라온 최씨는 수협에서 어패류 중도매인으로 일하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날벼락은 엉뚱한 데서 덮쳐왔다. 정부의 한일어업협정의 실패로 어선들이 부산항에 묶이게 되고, 40여척의 어선들과 거래를 하던 최씨는 3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고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2억여원짜리 3층 건물을 압류당하고 수차례 빚잔치를 치르고 난 후 아내와 자녀들은 최씨의 곁을 떠났고, 최씨는 더 이상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졌다.
이후 최씨는 노숙생활, 공공근로, 날일로 근근이 목숨만 부지하며 생활해 왔지만 수치심과 분통함, 나날이 빠져드는 술판과 나태함에 더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자살을 결심하고 수성못을 찾았지만 목숨도 마음대로 끊을 수 없었다.
"물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인근 포장마차를 찾았다가 '죽을 용기 있으면 그 용기 가지고 살아 봐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힘과 용기를 얻게 됐습니다"
최씨는 지난해 9월 수도배관공사업체에 취직,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밤낮없이 땅속에서 수압과 싸우며 정말 열심히 일한 덕택에 최씨는 지난달에 180만원을 손에 쥐게 됐다. 회사에서도 최씨의 열성을 높이 사 남다른 대우를 하는 눈치다.
최씨의 새해 소망은 2년째 연락을 끊고 살아온 고향 경주를 찾아가는 것과 아들과 딸을 만나는 것이다. 최씨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다시 기반을 잡을 수 있고, 그때는 떳떳하게 아들과 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마음만 단단히 먹고 열심히 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회만 닿는다면 다시 어패류 중도매업을 시작, 건재함을 과시해 보고 싶습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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