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도 대화는 가져야 한다

입력 2001-01-03 21:00:00

민주당 국회의원 3인의 당적변경은 유권자를 배신한 것은 물론 우리나라 정치가 여야 총재가 동시에 강조한 정도(正道)정치로 가지 않고 사도(邪道)정치로 가고 왕도(王道)정치가 아닌 패도(覇道)정치로 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3인의 당적변경을 놓고 자민련 내에서조차 '자존심을 판 행위'로 규탄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시민과 시민단체까지 민주주의 파괴니 의회주의 부정이니 하는 극단적인 용어를 구사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정도에서 벗어난 일인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의 변명도 해괴하다. 이번 당적변경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책임도 있다느니, 4·13총선 민의는 대화를 하라는 것인데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인정해 주지 않아 대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말문이 막힌다. 차라리 어느 국회의원이 전달한 민심처럼 "정도는 아니지만 정국안정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국민에 양해를 구하고 그리고 정도정치가 아니었음을 사과하는 것이 보다 정도에 가까운 여당다운 태도가 아니겠는가. 김대중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정도정치를 강조하지 않았는가.

또 하나 우려를 주는 것은 김 대통령은 강한 정부를, 김중권 민주당 대표는 강한 정당을 표방하고 나섰다. 내세우는 명분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강하다는 의미에서 대화와 타협이 거부된 힘의 정치가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김 대통령이 강한 정부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면서도 원칙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결의를 갖고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라고 규정했지만, 원칙이란 것은 그 해석이나 혹은 설정에서 여러 가지 갈래의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국민이 원하고 있는 대화와 타협은 강한 이미지가 아니고 유연한 이미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것이 패도정치에 대한 우려이다. 만약 이것이 2002년 대권구상과 관련되어 진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하겠다.

이러한 꼼수와 모순의 정치에도 불구하고 어떻든 대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신년사에서 정도(正道)정치를 강조하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3인 의원의 당적변경이라는 비민주적 행위에 대해서 대화로 그 잘못을 규정하고 시정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정도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원인이야 어떻게 되었든 정치부재의 상황에 이제 국민은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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