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증하는 滯賃, 설이 걱정이다

입력 2001-01-03 15:20:00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이 크게 늘어나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겪는 것은 사회불안의 한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체불임금(2천372억원)이 99년의 같은 시기에 비해 두배나 늘어난 것은 경기악화 등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 해도 충격을 준다. 지금까지 임금을 못받은 근로자도 5만명이어서 4인가족을 기준으로 할때 20만명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 나가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다 한달도 안남은 쓸쓸한 설날(舊正)맞이가 될 수밖에 없어 염려스럽다.

문제는 임금체불이 대형사업장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억원이상 고액체불업체가 전체 체불임금의 74%를 차지해 지금까지 중소기업 발생 경향과는 다른 구도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체불임금 해결은 대기업이 더 어려운 것이 노동현장의 실정이고 보면 그만큼 악성체불로 남을 전망도 가능한 것이어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노동자의 임금채권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업주가 은닉한 재산을 철저하게 추적, 도산한 기업주가 골프나 치러 다니는 등의 불합리를 바로잡기를 바란다. 친척명의로 부도직전이나 체임이전에 재산을 빼돌리는 통상의 수법을 가려내 임금을 못받는 경우를 막아야 건전한 사회의 정착이다.

특히 건설일용직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근로관계를 명확히 하고 임금보장을 약속하는 근로계약서 작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고용주가 임금을 주지 않아도 하소연 할데가 없는 딱한 처지를 물건너 불구경하듯 할일이 아니다. 법적인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매년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체불임금 특별기동반의 상설을 고려해야 할 일이다. 추석, 설날 등에 대비해서 운영하는 지금의 제도를 바꿔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의 상시설치가 절실하다. 단순하게 설연휴이전에 체임을 청산하는 사업주는 최대한 관대하게 처분한다는 식의 대책은 수십년간 되풀이 하는 '녹음기 대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또 2개월이상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1인당 500만원의 생계비를 대출받도록 한 조치는 임시미봉책이다. 효과적인 대책으로 볼 수 없다.

근로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으뜸으로 체감하고 있는 임금채권보장기간 연장의 길도 열어야 한다. 현재 소멸시효 3년인 기간을 5년이나 7년으로 늘려 근로자들의 불만요인을 풀어주어야 할 일이다. 임금은 인간이 최소한 인간답게 살아가는 매체인 만큼 제때 받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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