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인터넷혁명은 기술혁신의 단계를 벗어나 우리네 가치관과 생활풍속도를 바꿀 정도로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고, 산업구조도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온나라를 들썩이게 한 닷컴기업의 급부상과 침몰에도 불구하고 새해 역시 인터넷의 신기술과 그로 인해서 파생될 사회적 역기능에 대해 찬사를 던지거나 돌을 던지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정보공유로 펼쳐질 '열린 공동체'를 꿈꾸는 낙관론과 정보독점으로 초래될 '공동체 문화의 말살'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하게 대별되는 인터넷 세상의 미래 기상도는 어떨까.
△인터넷 비즈니스의 활성화
닷컴 위기론은 '인터넷은 공짜' 또는 '모든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들이 유료화로 전환했을 때에 게임, 만호, 오락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이트들의 수익구조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콘텐츠의 유료화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여러 닷컴 기업들의 노력이 서서히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나 수익모델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터넷 동창회 모교사랑은 사이트 개편을 통해서 음반과 문구류 판매에 나서는 등 전자상거래를 강화했고, 새롬기술도 최근 다이얼패드와 포털사이트 세롬넷을 통합, 전자상거래와 콘텐츠 유료화에 나섰다. 엔터테인먼트 포털업체인 인츠닷컴도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꿨고, 무역거래 사이트인 인츠트레이드와 소프트웨어 판매사이트 보물섬, 역경매 사이트 예스프라이스 등을 차례로 개설했다.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층의 인터넷쇼핑이 늘어나면서 전자상거래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따라서 새로운 인기직종으로 예견되는 전자상거래사에 대한 지원율도 높아지고 있다.
△전자우편의 보편화
당신은 출근하면 맨 먼저 무슨 일을 하십니까. 모르긴 해도 의자에 앉기전에 컴퓨터를 켜고, e메일부터 체크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 같다. 기업체나 관공서 단체등에서 내용이 노출되고, 전달과정에서 분실우려가 큰 팩스보다 전자우편을 이용하는 선호, 대중화되면서 밤새 배달된 전자우편물을 맨먼저 열람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메일의 보편화는 이미 서구 직장에서 전화벨소리의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사연은 편지로, 대화는 인터넷채팅이나 ICQ로 대체하고 있으니까. 이러다가 사무실에서 다정하게 전화받는 옆자리 이대리 목소리도 듣기 어렵게되는 것 아냐.
참, 이제는 우편물 입영 통지서는 박물관에 가서나 찾아볼 것 같다. 올해부터 읍면동 사무소의 병무담당이 없어지면서 현역병(상근 예비역) 입영 통지서와 병력동원훈련 소집통지서를 전자우편처리센터를 이용하여 자동발송하기 때문이다. 입영통지서 기다리다가 아들 병역기피범으로 몰리게 하지 않으려는 어머니들, 지금이라도 배우는게 어떠실지.
△물한잔도 못마시고 가는 도둑
디지털 공간과 현실공간의 잡종 교배를 통해 새롭게 창출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은 생활의 편리함도 가져오지만 웃지 못할 촌극도 빚을 것 같다.
"천만원씩이나 하는 냉장고를 돈주고 사도 쓰기 어려워서 못쓰겠다"는 중년여성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올 지도 모른다. 가전제품에 인터넷 신기술이 채택되면서 컴퓨터 모니터가 달려있는 초고가 냉장고가 나이든 여성에게는 꿈의 가전이기보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음성으로 커피 메이커를 작동시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가속화되면서 직장여성들은 퇴근길에 무선인터넷인 모바일로 집에 있는 인터넷밥솥을 작동시켜서 집에 들어서자 말자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어느 도둑은 고관대작의 집을 털려고 들어갔다가 물한잔도 못마시고 돌아나올 수 있다. 그 도둑 글쎄, 귀족의 삶을 보장하는 홈 오토메이션으로 가득한 집에 들어가서 시원한 물부터 한잔 마시고 훔치기를 하려는데, 냉장고 문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곧 실용화될 정보가전의 경우 비밀번호를 넣어야 문이 열리는데, 비밀번호를 알 리 없는 도선생, 냉장고 문을 열기는 커녕 컴퓨터 보안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바람에 아파트 관리실과 경찰서에서 잡으러올까봐 줄행랑칠 수밖에 없게 된다나.
△사이버 범죄 꿈도 꾸지 마시라
그동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 때문에 현실세계와 같은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기가 힘들었고, 그로 인해서 음란문화가 넘쳐났다. O양, B양과 같은 사건은 영상문화의 저속함과 병폐를 단적으로 드러내면서 음란영상문화의 사이버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인터넷이 아니면 광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했을 B양 동영상은 사이버 스페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현실계를 지배한다는 말을 더욱 가깝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인이나 단체를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비방하고, 매도했다가 큰코 다친다. 7월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이버공간에서 명예훼손, 음란물유통, 스토킹, 해킹,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테러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기 대문이다. 또 사이버공간에 공개된 정보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서비스 제공업체에 정보를 삭제하거나 반박내용을 게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청소년 유해정보인 경우 유해매체임을 표시해야한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