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신년 인터뷰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입력 2001-01-02 12:01:00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대구.경북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이 총재와의 신년 인터뷰에선 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총재는 지역의 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면서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영남권 후보론이나 2.28 공천 파동 등의 질문에는 신중을 기했다.

-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낙천이 당시로선 득이 됐을 지 몰라도 차기 대선 등을 생각할 때 실(失)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천 파동 후 일부 동지들이 당을 떠나게 돼 가슴 아팠다. 김 대표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무엇이라고 말할 시기가 아니다.

-차기 대선과 관련, 영남권 후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은 분이라면 당연히 돼야 한다. 그러나 이 나라를 이끌 분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실로 좋은 인사가 돼야 한다. 정치적 리더가 어느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임명에 대한 야당의 비난이 김 대표가 영남 출신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그럴리가 있는가. 우리 당이 그런 차원에서 김 대표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여당 대표 한 사람을 이곳 출신으로 임명했다고 대구.경북 민심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본다면 대단히 얕은 생각이다.

-동서화합을 주장하는 여권은 한나라당이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대선을 2년 앞둔) 올 정국에서 이 지역의 역할이 클 것이다. 정치적 동기나 목적으로 TK 정서를 이용하는 식의 접근은 어느 누구도 해선 안된다. 지역주의 문제를 이곳에 국한된 지역감정의 문제로 인식하거나 야당이 부추겼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는 여권의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지방 경제가 모두 어렵다지만 특히 대구는 더욱 심각하다.

▲대구 경제가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대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이곳 출신 의원들이 중심이 돼 지방경제 살리기 특별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구가 과거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 국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듯이 이번에도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 지도층들까지 시위를 벌이는 등 각종 시위가 이어진 한해였다. 장외집회에 대해 반대 여론도 있었다.

▲장외집회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야당 총재가 된 후 첫 장외집회는 야당 의원 빼가기식의 인위적 정계개편 때문에 빚어졌다. 벼랑에 몰린 우리로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1당으로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

▲경제 위기를 초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데 있다. 중장기적인 정책대신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정책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선 금융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반짝 성과를 보이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한 문제의 해법은.

▲방향과 순서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전쟁위험을 피하고 평화 공존의 틀을 구축한 뒤 통일을 하는 순서가 돼야 한다. 긴장완화 차원에선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통일 환상만 심어주고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총재 역시 비민주적인 당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년반동안 야당 총재로서 현 정권의 탄압에 맞서 대응해온 것은 당원의 총의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시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땐 당원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기 전에 총재로서 외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도 있었다.

-당 운영과정에서 일부 측근들의 자문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으며 당내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당직을 맡은 사람들에 대해 그 위치에서 상의하고 의견을 듣는다. 때문에 당직을 맡으면 주류, 맡지 않으면 비주류가 되는 셈이다. 박근혜 부총재도 비주류라고 하지만 실제론 주류이다. 당내 비판을 놓고 주류, 비주류로 분류하거나 '반(反)창(이회창)'운운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 등에 대한 입장은.

▲개헌론에 반대한다.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정.부통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 데 지역주의는 헌법이 잘못돼 생겨난 게 아니다. 영호남 지역 균형을 위해서라면 현행 헌법아래서도 대통령과 총리로 충분하다. 중임제가 되면 현직 대통령은 모든 지위를 이용, 재선에 온갖 힘을 쏟을 것이다.

-연말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입당으로 DJP공조가 복원됐고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대통령의 국정쇄신이 말뿐이란 것이 입증됐다. 이른바 DJP공조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민주주의의 원칙과 기본을 무너뜨린 국민적 배신행위를 저질렀다. 말로는 상생을 정치와 국정쇄신을 외치면서 사실은 정치를 파괴하고 국정을 직무유기한 것이다.

-여권의 정계개편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대책은.

▲정략적인 정계개편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대 야당이 국정 불안의 원인이라고 책임전가를 하면서 재집권에만 집착해 정치와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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