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2001지구촌

입력 2000-12-30 14:00:00

◈정치

2001년은 다른 어느 해 보다도 국제정치가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으로 진입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탈냉전기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정권교체를 이뤄 곧 부시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전국 득표에서 짐으로써 부시 당선자는 대외 정책 수행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우위를 지킨 의회의 협조를 바탕으로 외교정책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장악해 나갈 경우, 국제정치에 미치는 미국 변수는 여전히 지대할 수밖에 없다. 2001년 국제정세는 범세계적 차원, 지역적 차원, 한반도 차원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미국 변수 여전히 지대

우선 범세계적 차원에서는 '힘을 통한 평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중국.러시아.프랑스 등 주요 강대국들의 이해가 미묘하게 대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 평화를 위한 미국의 리더십은 유엔 같은 국제기구를 잘 활용함으로써 발휘될 수 있다고 보던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부시 행정부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입장이 그러했듯이 '동맹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유엔의 역할을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여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등 인도적 차원의 제반 유엔 활동도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만의 '절대 안보'를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야기해 온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가 2001년 상반기 본격 추진키로 결정될 경우, 미.러 관계와 미.중 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선거 과정에서 공언했던 대로 러시아가 탄도미사일방어제한(ABM) 협정 개정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미국의 독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될 것이다.

지역적 차원에서는 올해 유라시아.중동.동북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가능성이 크다. 카터 행정부 시절 대통령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그의 명저 '거대한 장기판'(Grand Chessboard)에서 유라시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중국.러시아.인도.이란.터키 등이 반미 연합전선을 형성해 유라시아에서의 미국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지 않도록 이들 나라들을 미국이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코카서스 지방과 중앙아를 위시한 지역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확보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역내 국가들 간의 각축전이 치열하며, 이러한 점에서 미국 주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방 확대는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유라시아 각축 표면위로

NATO가 중앙아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러시아와 중동 사이의 '회랑'(corridor)이 차단되기 때문에 러시아의 남진 정책을 저지할 수 있고, 중국마저도 서쪽에서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전략가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2001년은 말보다 행동을 강조하는 미 공화당 정권이 등장하면서 유라시아 지역에서 전개되는 물밑 각축전이 표면 위로 부상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시 문제는 동북아 지역이다. 미국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경쟁관계로 보며, 러시아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초기처럼 중국내 인권문제와 무역상의 최혜국대우를 연계시켜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실수'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될 경우 미국은 대만 편에 서서 강도높게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의 역학 관계는 러시아의 상대적 취약성으로 인해 당분간 '미.중.일 삼각 관계'를 큰 틀로 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2001년은 미국 공화당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미.일 동맹 관계가 보다 긴밀해지면서 미.중.일 삼각형이 미.일 쪽으로 보다 치우친 삼각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NMD와 미.일의 TMD(전역미사일방어)체제 추진이 본격화될 경우 그런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미국 선거과정에서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바 있는 공화당이 집권함에 따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행해질 것이다. 미.일 동맹의 강화와 더불어 베트남.인도 등과의 유대를 강화해 남쪽으로부터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작업도 2001년도에 보다 활기를 띨 것이다.

일방적 대북지원 재고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는 남북한과 미국이 엮어내는 한.미.북 삼각 관계가 다소 불안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북미 대화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양 축으로 등장하면서 이른바 한.미.북 삼각 관계가 형성됨으로써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 삼각 관계는 양자 관계에 대한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미 관계 등 단선적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제3자의 인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각 양자 관계가 조화롭게 진전될 수 있는지 여부는 우선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북한이 이를 대미 협상에 이용하려 할 경우 북미 관계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북미 협상의 답보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남북 관계에만 집착할 경우 한미 동맹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기존의 대북 개입(engagement)정책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나, 지금까지 북한 관련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일방적 대북 지원은 재고할 것이다. 중유 및 식량 등은 지원하더라도 전용 가능성을 제기해 가면서 '상호주의'(reciprocity)에 입각한 북미 관계를 주도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2001년 북미 관계의 진전 속도는 느려질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남북 관계만 진전을 이룩하기도 힘들 것이다.

◈경제

지난해 세계 경제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호조에 따라 17년만에 최고인 약 4.8%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됐음에도 불구, 유례없이 높은 약 5.2%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통화긴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성은 낮아질 것이고, 다우 지수나 나스닥 지수는 크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또한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자금난도 심해져 투자가 줄고, 실업 증가와 증시의 진정으로 인한 부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민간 소비 지출도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올해 미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보다는 대폭 낮은 3.5%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성장률 크게 둔화

유럽도 지난해 약 3.5%의 고도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에는 3.2% 내외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 경기는 기업들의 IT(정보기술) 투자 증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의 1.5% 정도에서 다소 회복돼 1.9%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계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여건이 조성되겠지만, 유럽의 성장률도 저하돼 유로화가 강하게 반등할 것 같지는 않다. 일본 경우도 경기가 다소 회복되겠지만 정도는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외환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유로화와 엔화가 다소 강세를 유지하는 선에서 안정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미국으로만 유입되던 국제 자금이 달러 약세 기조와 미국 기업의 수익성 저하에 따라 동유럽이나 아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 어느 정도 재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세계 경제를 위축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던 국제 유가는 올해에는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고유가는 일차적으로 고도 성장에 의한 석유 소비의 증가, 이를 틈탄 투기 세력의 매점매석, 미국의 석유 재고량 감소 등에 기인했지만, 올해는 경기가 둔화될 것이고 투기 세력의 활동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 생산 능력에 여유가 많지 않고 또한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량을 줄일 수도 있어, WTI(서부 텍사스유) 기준으로 연평균 25달러 정도에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세계 산업 경기나 국제 교역도 지난해 보다 부진할 것이다. 반도체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주수요처인 PC 소비가 냉각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추세는 올 1/4분기 말까지는 계속되고, 2/4분기가 지나면서 노트북 PC나 기타 정보통신 기기 수요 회복으로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소비가 급격히 증가해 전체적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어 포드.GM 등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고유가와 경기 상승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지난해 신조선 수주는 약 3천만t으로 추정된다. 이는 예년 평균인 2천400만~2천500만t을 크게 상회한 것이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성장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래도 평년작 수준은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산업에 비해 섬유산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다. 이 산업의 소득 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경기 하락에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이고,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세가 섬유 원료산업의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에는 몇가지 위험요소가 잠재돼 있다. 그 첫째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다. 미국은 지난해 30여년 만의 최저 실업률을 보였고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주가는 매년 25% 이상 상승, 미국의 가계는 소득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함으로써 경기 활황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경기가 하락하면 실업이 증가하고 증시도 하락, 민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성장률이 2% 이하로 저하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둘째 국제 외환시장의 균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미 4천억 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경제 주체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미국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역류하게 될 것이고 증시 하락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 가치의 급락으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셋째 현재 상태에서 올해 유가는 배럴당 25달러 내외로 전망되지만, 만약 유가가 지난해와 같이 배럴당 30달러를 웃돈다면 세계 경제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이러한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일단 세계 경제는 3.5% 수준의 연착륙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올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의 고도 성장이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불황으로 빠져들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3.5% 정도의 성장률은 고도 성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연착륙을 성공케 하는 것으로, 세계 경제의 평균적인 성장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경제구조 다각화 시급

문제는 그런 상황이 수출로 경제를 회복코자 하는 우리의 새해 경제 운용이나 국민생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고도 성장이 둔화되면서 체감 경기가 훨씬 나빠지고 특히 주요 산업의 경기가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환 위기에 직면했던 1997년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 자체는 성장 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의 세계 경제는 하락세에 있어, 우리는 상당한 주의를 통해 경제를 운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원천으로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산업 육성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서비스 및 기타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 경제 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 수출의 경우 중국 등 부상하는 개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 가진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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