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동선의 중앙아이야기-문화와 예술

입력 2000-12-28 14:13:00

알마아타에는 곳곳이 오페라 극장이요 박물관이며 전시장이다. 대부분 가정엔 피아노가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은 오페라 극장과 각종 연주회장을 찾는다. 이럴 때 내보이는 사람들의 화려한 옷은 "이곳이 과연 살기 힘든 땅인가" 의문이 들게 할 정도이다.

손님을 맞아서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각 가정의 일반적 풍경이다. 식당 가운데에 널찍한 공간을 둬, 흥이 오르면 누구나 나가 춤을 추고 흥을 돋운다.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면서도 음악에 문외한인 필자까지 트럼펫을 배워 보겠노 나서고 싶게될 정도였다.

트럼펫 배우던 때 얘기이지만, 카자흐의 음악 레슨은 우리와 달리 철저하게 실기 위주였다. 시험을 치르려고 밤새 외워뒀던 필자의 음악이론 실력엔 그쪽 전문가도 놀랐다. 하지만 막상 트럼펫을 배우는 데는 별 쓸모가 없었다. 그들은 이론이 아니라 악기를 들고 실기와 이론을 자연스레 익히고 있었다.

어깨 통증 때문에 자주 병원을 찾던 '아만따이'는 카자흐 미술가였다. 그는 톈산의 사계를 표현하며 50평생 그 주제만을 고집해 온 작가였다. 제법 인정을 받고 대학에 강의까지 나가고 있었지만, 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감 사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다. 그래도 붓을 놓는 법은 없었다.

66세의 키 큰 카자흐 노인 '구난바이'는 국립 극회원이었다. 우리의 국립 국악단 단원쯤에 해당된다고나 할까. 그런 그의 민족문화 자부심은 대단했다. 카자흐 전통 악기를 복원하고 역사를 정리하는 일에 자신의 정열을 쏟아 붓고 있었다. 당장 하루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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