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품은 신판 하회탈춤,31일 첫 공연

입력 2000-12-28 12:11:00

'울분이'가 분노를 토하고 있다. 노숙자 여러분, 내가 바로 여러분들을 구제할 국회의원이오』 『아 국회의원? 나라 국자 횟집 회자, 나라를 통째 회처 먹고는 이제와서 무슨 말인가?』

『그래 정치가 뭐야? 싸움질이나 하고 제밥그릇만 챙기는 게 정치야? 아니야! 치가 부르르 떨리는 게 정치야』 "여보게 정치인, 입발린 소리는 이제 그만. 악수나 청하는 「표」거렁뱅이는 신물나! 어∼허 탈난 세상"

지금까지 마당놀이 형태로만 공연돼 오던 중요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서구 연극의 맛을 가미시켜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밀레니엄형 신판 하회탈춤이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안동지부(지부장 임재해 안동대교수)는 오는 31일 오후 1시 안동부 관아터(구 안동군청)에서 2001년 맞이 신판「하회탈춤 2000」을 공연한다.

다시 세상에 나온 하회탈. 서울역 가득히 웅크린 노숙자들을 보며 화들짝 놀란다. 잘난 정치꾼과 꼴난 재벌, 추위에 떠는 시장사람, 총체적 난국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서민들을 만난다.

쪽박찬 「할미」와 「각시」「초랭이」「이매」…. 민생은 뒷전인채 허구한날 자리다툼과 패거리 짓기에 혈안인 정치권, 타락과 황금만능으로 구겨진 현 세태를 보다 못해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세상이 이게 뭐꼬?』 헐벗고 굶주린 서민들의 기막힌 신세 타령과 뼈있는 넋두리가 가슴을 적신다. 상큼한 카타르시스가 마당마다 이어진다. 휴전선을 훌쩍 넘어 함경도 탈도 만나는 하회탈. 마치 고려시대 그 탈꾼들이 새천년을 맞아 되살아 난 듯한 느낌이다.

이번 공연에는 하회탈 9개 외에 바가지탈 예술가 이석금(43·부산영도박물관 학예사)씨가 만든 울분이, 짭짤이, 할배, 색시, 노점상, 폭력배, 앵벌이, 노숙자 등 모두 23개의 탈이 등장한다.

춤사위 감독은 채희완 부산대교수가 맡아 인간 내면의 삐뚤어진 정서와 현 사회의 모순을 해학과 풍자로 꼬집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지난 9월 대본과 음악, 소품수집, 구성 등을 마무리한 민예총은 최근까지 극단 「세상살이」연극인들과 함께 안동시 일직면 안동문화답사촌에서 춤사위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임재해(48) 안동대 교수는 『새천년이 비로소 시작되는 2001년을 앞두고 묵은탈, 거짓탈을 벗어 던지고 새얼굴로 새시대를 꾸밈없이 맞이하기 위해 옛 것을 법으로 삼아 새탈춤을 만들었다』며 하회탈춤 재창작의 의미를 부여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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