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국정표류 왜일까

입력 2000-12-28 00:00:00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일본 경제학자가 지어낸 신판 개미와 베짱이론은 교훈적이었다. 제조업왕국인 일벌레 일본과 금융자본주의와 디지털로 세계를 휘어잡은 미국과의 경제비교론이다. 현대판 베짱이는 일하면서 춤도 출 줄 아는 어뮤즈먼트 문화의 신종 베짱이이기에 부자이고 일만 아는 개미는 생산성이 낮아 어렵다는 내용이다.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새시대를 맞아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구경제에서 신경제의 성공적인 권력이동이 있었다는 교훈이다.

이는 대변혁의 저자 제임스 마틴이 주장하고 있는 "변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라는 권고를 충실히 받아들인 결과이다. 80년대 초 이미 미국은 30년대 미국을 살려낸 '큰 정부 작은 시장'의 케인즈 경제가 피로를 느끼자 재빨리 '작은 정부 큰 시장'의 레이거노믹스로 경제 개혁을 실천했고 90년대 초에는 헤지펀드 설립을 자동차운전면허 따기보다 쉽게 만들어 금융산업 발전을 시도했다.

이외도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사회질서 자체를 디지털경제가 발전하기 좋게 정비해 놓았던 것이다. 미국의 성공을 앨빈 토플러의 역작인 '권력이동'에 대비시켜 보았다. 이제 권력이동은 패러다임의 진화론으로 레벨업되고 있기때문이다. 적자(適者)가 아니면 생존(生存)한다는.

##실패한 권력이동

우리는 어떤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생산적 복지라는 화두만 던져놓았을 뿐 실체가 없다. 그 추진 또한 목표지향보다는 선진국처럼 원칙지향형으로 한다며 버티고 있다. 게다가 그 원칙마저 왔다갔다하니 권력이동을 위한 개혁 등이 표류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경제에서 권력은 여전히 재벌이 쥐고 있는 등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벤처로의 권력이동마저 성공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마저 거품으로 끝나 버렸다. 하다 못해 기업지배구조 만이라도 소유주인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인 CEO로 권력이동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안되고 있다. 권력이동이 없으니 우리 경제는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정치는 권력이동은 있었지만 결과는 더 한심하다. 정보화라는 새시대와 정권교체 등으로 맞은 대전환기에서 권력이동은 있었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경제주도 집단에서 민주화주도 집단으로 권력이동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의심받을 정도로 실패였다. 오죽했으면 군사독재자였던 전두환 전대통령이 "평생 민주주의에 몸바친 분들이라 민주주의가 뭔지 보여줄 줄 알았는데, 똑 같더라"라며 혹평했을까. 무늬만의 민주인사, 무늬만의 개혁인사로는 안 된다는 것을 실증한 것이다. 단순한 여에서 야로 그리고 영남에서 호남으로의 권력이동은 아무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새의식과 새가치로의 권력 이동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민주주의 한다면서 어떻게 인치(人治)가 있을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대화와 타협이 실종 될 수 있는가. 지금 우리사회는 알게 모르게 21세기 새 화두인 정보화의 영향으로 관(官)보다는 민(民), 집단보다는 개인이라는 수평사회, 분권화와 보텀업(상향)사회가 상당히 진척되어 있다. 그런데도 인치(人治)와 밀어붙이기 그리고 인기주의(포퓰리즘)라니.

인치란 분권화라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인기주의는 대중주의시대에나 맞는 것이다. 이는 지도자가 세상이 어떻게 변했고 또 권력이동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옷로비사건 때 보여준 민심과 거리가 먼 대응이 그 증거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일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불안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러한 권력이동을 알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데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한편 사회에서는 세대사이에 이념사이에 성(性)사이에 권력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쉰세대(50대)에서 30~40대의 청.장년세대로, 보수에서 진보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그 권력이 이동되었거나 이동 중에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른 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그 혼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이성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질서 필요

신질서와 구질서가 맞서고 신체계와 구체계가 충돌하는 전환기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새 시대에 맞는 새 질서, 새 가치, 새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여당은 새 여당상을, 야당은 새 야당상을, 경제인은 새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같은 자본주의라도 의회적 시장경제와 자유시장경제가 차이가 있듯이 민주주의도 자유와 평등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체제로의 권력이동이 완성된다면 새시대는 창조되어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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