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권 교체기 풍경

입력 2000-12-28 00:00:00

미국 행정부 교체를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새 고급 관리들을 결정하기 위한 신분 검증 이야기는 부패가 만연한 한국의 개혁 희구 세력을 부럽게 만든다.

◇무서운 신분 검증=부시 행정부의 각급 공직 내정자들은 앞으로 있을 FBI(연방수사국)와 IRS(국세청)의 가혹한 검증 절차가 두렵기만 하다. 6천여명에 이르는 임명직 고위 관료 후보들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강도 높은 검증 절차를 본 적이 있어 아예 떨고 있을 정도.

내정자들이 사생활 및 재산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면 FBI와 IRS는 조사 요원을 집중 투입해 강도 높은 실사작업을 벌인다. 부하 직원, 고교 동창생, 이웃, 배우자는 물론, 내정자가 지금까지 관계를 가진 모든 사람들과 면담해 사생활, 약물·알코올 중독 경력, 불법 고용 여부 등을 샅샅이 파헤친다.

검증 절차는 과거 2, 3차례 공직을 역임한 경험 많은 사람들에게 조차 고통스럽다. 민간인에서 공인 신분으로 바뀌는 만큼, 검증에서는 내정자들의 사회 봉사 경험을 각별히 중시한다.

대다수 공직 후보자들은 검증을 잘 통과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회계사·변호사를 고용한다. 구비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는 일 하나만에도 1만∼6만 달러를 써야 할 지경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했다. 고위급 내정자들은 문서상 준비가 더 까다로워, 이들의 제출 서류 중 유일하게 일반에 공개되는 '재산 변동신고서'는 작성 요령만도 17쪽에 이를 정도이다. 이때문에 폴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장은 "합격을 위해 가장 중요한 태도는 역시 '정직'이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인수인계=백악관은 거대한 미국 정부를 선두에서 지휘하는 선장실 같이 중요한 곳이나, 4년 마다 돌아오는 정권 교체기가 되면 그야말로 전임자의 흔적 하나 남아있지 않는 완전히 텅 빈 공간이 되고 만다.

1978년 제정된 '대통령 기록법'이 전임 대통령의 업무와 관련된 각종 문서와 파일 등 모든 자료를 회수해 국립 공문서보관소로 이관 시키고, 컴퓨터 본체까지 완전히 교체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이런 사정 때문에 레이건 대통령 보좌관을 메이스씨는 "취임식을 마친 뒤 백악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서랍에는 종이 한 장 남아 있지 않았다"면서, "겨우 클립 하나를 찾아냈을 뿐 백악관 전체가 텅 빈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대통령기록법은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자료는 국가의 재산이기 때문에 그의 퇴임과 함께 수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시 정부 요직 임명=현지시간 27일까지 플로리다에서 가족 휴가를 보냈던 부시 당선자는 28일 워싱턴을 방문, 이틀간 머물면서 각료 추가 지명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방장관 지명에는 혼선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으며, CIA 국장은 도널드 럼스펠드(68) 전 국방장관(1975∼77)이 유력하다고 워싱턴타임스 신문이 27일 보도했다. 그는 하원의원, NATO 대사 등도 역임했었다. 또 1998년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 위협을 진단하는 안보위를 이끌어, "CIA 예측 보다 미사일 공격 위협이 더 커지고 있으며 조만간 현실화 될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국가 미사일방위(NMD) 체제 계획 수립에 기여했다.

한편 FBI 국장 물망에는 공화당 소속으로 법무장관에 거론됐던 프랭크 키팅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오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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