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노조 파업 안팎

입력 2000-12-26 15:19:00

○…정부와 국민·주택은행 노조가 서로 강경대응 방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철야 농성장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연수원에는 25일 공권력 투입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노조 파업지도부는 정부가 이날 오후 발표한 파업대책이 강경 대응쪽으로 방향을 잡음에 따라 이경수·김철홍 두 은행 노조위원장의 지휘 아래 공권력 투입 대응, 향후 파업 방법 등을 서둘러 마련하는 등 파업 결의를 다졌다.

파업지도부는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사수대를 제외한 전 노조원이 운동장에 팔짱을 끼고 눕는 방법으로 끝까지 저항하고 강제 해산되면 분회별로 비상연락망을 통해 제 3의 장소에 다시 모이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파업지도부는 파업 장기화 대비는 물론 대국민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소를 택하기로 하고 명동성당 등 3, 4 곳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지도부는 또 "밤이 되면서 지점장들의 출근 회유가 늘고 있다"며 밤 늦게까지 해당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현재까지 점포에 남아 있는 일부 노조원과 계약직 직원에게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전화걸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와 함께 각목으로 무장한 사수대 300여 명을 연수원 주변 진입로 곳곳에 4교대 배치하는 등 외곽경비를 늘렸다.

○…국민·주택은행 노조원 1만여명의 파업 농성 5일째를 맞은 경기도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는 25일 성탄절을 맞아 가족 2천여명이 농성중인 노조원들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부인과 어린 자녀, 또는 남편 등의 방문객을 맞은 노조원들은 연수원 곳곳에서 가족과 기쁜 만남을 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이었다.

3세, 10세난 아들과 부인을 만난 직원 최모(35)씨는 "파업전 아이들에게 성탄연휴에 스키장에 가자고 약속 했는데 지키지 못해 미안했다"며 "아이들과 약속도 지키지 못한 '나쁜 아빠'지만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하는 '못난 아빠'가 되기는 더 싫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부인을 찾은 조모(33)씨는 "아내 얼굴이 많이 여위어 속상했지만 아내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아내를 격려해줬다"며 "아내가 고생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파업지도부는 이날을 '가족 만남의 날'로 정하고 오전 11시 30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를 면회시간으로 지정, 정문 입·출입 통제를 완화해 가족들의 만남을 도왔다○…금융산업노조(위원장 이용득)는 경찰봉쇄로 파업철야 농성장에 점심 도시락이 반입되지 못하면서 절약된 비용 5천만원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용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금융산업노조는 이날 국민·주택은행 노조원 점심으로 1인당 3천원씩 모두 도시락 5천만원어치를 외부 도시락업체에 주문했으나 경찰 봉쇄로 도시락 배달차량이 국민은행 일산 연수원에 오지 못해 점심비용 5천만원을 절약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산업노조는 성탄절을 맞아 이 도시락 비용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현재 진행중인 금융계 파업을 지지하지 않으며, 절반 가까이는 현재보다 더욱 빠른 시간에 금융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홍보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사'에 의뢰, 전국 20세 이상 남녀 1천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조사결과 국민은행, 주택은행 노조원의 파업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2%를 차지한 반면 '지지한다'는 응답은 43.4%에 그쳤다.

또 금융구조조정 추진속도에 대해 49.5%가 '현재보다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현재 진행속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25.3%, '현재보다 느리게 진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0.7%에 머물렀다.

이밖에 금융·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 79.1%가 '공감한다'고 응답한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3%에 그쳤고, '경제회복과 대외신인도 제고에 금융구조조정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82.3%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중 83.7%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통분담에 대체로 공감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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