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성탄 전야인 24일 밤 대구의 한 달동네. 200여명의 '산타'가 달동네의 비좁은 골목을 돌며 예수 탄생의 기쁨과 작은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한아름씩 선물을 짊어진 이들 '산타클로스'는 비산동 성산교회의 교인들. 매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내고 만 성탄절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고, 예수가 낮은 곳으로 임한 의미를 실천하기 위해, 처음으로 불우이웃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마련했다. 서둘러 성탄축하 예배를 마친 이들 교인들은 오후 8시부터 밤 늦도록 춥고 외로운 겨울밤을 보내는 소년소녀가장, 홀로사는 노인, 장애인, 노손가정을 직접 찾았다.
산타 복장을 한 이들은 서구 평리동, 비산동, 원대동의 어려운 가정 120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준비해 간 목도리, 파카, 전기 장판, 김장김치 등의 월동 용품을 나누어 주었다. 이 선물은 이달초부터 교인들 사이에 '어려운 때일수록 힘겨운 이웃을 돌아봐야 한다'는 마음이 뭉치면서 각자 정성스레 마련했다. 또 어린 자녀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불우이웃을 찾아 '나눔의 의미'를 새기기로 계획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금껏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김도훈(14·서구 평리동) 군은 "이분들이 갑자기 찾아와 당황했지만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지고 온 것처럼 기뻤다"며 "선물 받은 파카는 추운 날씨에 공사장에서 고생하시는 아버지에게 드릴 것"이라며 좋아했다.
이날 산타 일행에 동참한 김누리(13·수성구 중동) 양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 선물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선물과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기쁜 표정이었다.
전은표 성산교회 담임목사는 "보잘 것 없는 선물이지만 이 정성과 사랑이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내년 1월 초 이날 방문한 120가정과 결연을 맺고 계속적인 후원과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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