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파업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금융산업노조측이 벌인 협상은 21일 오후 4시10분께 시작돼 이튿날 오전 2시까지 10시간 넘게 이어진'지루한 싸움'이었다.
노사정위 본회의가 시작된 오후 3시부터 따지자면 장장 11시간이 지난 뒤에야 합의문이 작성된 셈인데 이같은 양자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 주택은행은 파업을 강행, 노사정위의 '효용성'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마라톤 협상은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예정됐던 의결 및 보고안건이 처리되자마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관련되는 위원끼리 비공개로 논의하자"며 본회의의 정회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금감위원장의 정회 요구가 받아들여졌고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이 금감위원장, 김상남 노동부 차관,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 김황조 노사정위 금융특위장 등 5명이 노사정위 위원장 방에 모여 비공개 협상에 들어갔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과 집행부 간부들은 비공개 협상장 옆방에서 대기하며 수시로 이남순 위원장과 대책을 숙의했다.
비공개협상이 시작된 지 1시간여가 지난 뒤 진 재경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는 바람에 협상은 다소 소강국면에 들어가는 듯 했지만 오히려 이 때부터 협상장 밖으로는 '금융지주회사 편입은행에 자생기회를 1년간 준다'는 타협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주택은행 합병문제는 자율합병을 재확인하고 두 은행 노사가 단체협약에 의거 협의한다'는 타협안까지 흘러나와 협상장 밖에서는 협상 타결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정부와 노조측이 김상훈 국민은행장,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접촉을 시도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비공개협상 테이블에 앉은 위원들은 주변 음식점에서 도시락을 시켜 저녁식사를 해결하면서 굳은 타협의지를 보였고 이같은 결과물로 밤 9시를 전후해 합의문 작성에 들어갔다.
한 때 본회의를 속개, 폐회하고 비공개협상을 계속하는 방법도 논의됐지만 장영철 노사정위원장은 정회 뒤 여러 시간을 기약없이 기다리는 다른 위원들을 끝까지 붙잡아 밤중이라도 꼭 합의을 도출,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밤 10시께 연원영 금감위 상임위원, 남상덕 조정협력관, 정기홍 금융감독원부원장 등 실무진이 이 금감위원장의 호출로 속속 비공개협상장에 도착했고 이들은 합의문 구문을 조목조목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자정무렵 노-정간 합의문은 사실상 완성됐으나 진 재경장관이 TV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바람에 확정되지 않았다. 진 재경장관이 TV 출연을 마치고 다시 노사정위로 돌아온 시각은 22일 새벽 1시20분.
진 재경장관은 합의문을 훑어본 뒤 1, 2가지 사항을 지적하고는 이를 수용했고 결국 새벽 2시 노사정위 본회의가 속개돼 김황조 금융특위장이 노-정 합의문을 보고하는 것으로 지루한 마라톤은 결승점에 다다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본회의가 폐회되자 "노사정 가운데 노와 정은 합의에 이르렀다. 이제 사가 움직여야 할 때"라며 두 은행장이 나서 자기은행 노조를 설득하는 수순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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