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직개편 의미

입력 2000-12-22 14:39:00

"철저한 비호남에다 비동교동 중심"

21일 단행된 당직개편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역학구도다. 개편 발표 후 민주당에서는 "동교동계 2선후퇴론이 적용된 인선"이라며 "호남이 밀려난 대신 충청이 약진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기류는 김중권 대표가 취임 직후 "나는 동교동계가 누구인지, 비동교동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관심조차 없다"고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신임 당직자들의 출신지를 보면 박상규 사무총장과 김영환 대변인, 김성호 대표비서실장은 충북이며 남궁석 정책위원회 의장은 경기, 추미애 지방자치위원장은 대구다. 선수(選數)면에서도 재선 3명(박상규, 추미애, 김영환), 초선 2명(남궁석, 김성호)으로 신진인사의 발탁이 두드러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특히 박 총장의 기용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총장에는 당초 문희상 의원이 유력했으나 문 의원이 한화갑 최고위원과 가깝다는 점에서 일부 최고위원 및 중진들의 반발을 우려, 박 총장 카드가 채택됐다는 후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을 거쳐 95년 국민회의 창당 때 정치권에 입문, 정치경험이 일천한 박 총장의 발탁에는 동교동계 중심의 당 운영을 바꾸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자금과 조직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은 자리의 중요성으로 지금껏 동교동계가 도맡아 왔었다.

정책위의장에는 김 대통령과 김 대표가 강현욱 의원을 선택했으나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대철 위원 등이 남궁석 의원을 적극 천거, 막판에 반전됐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강 의원은 전문성은 좋으나 구여권 출신이라는 이유에서 '개혁성'을 고려, 배제됐다는 것. 홍재형 의원도 비슷한 이유로 탈락됐다.

개혁.소장파들의 대거 중용은 당내 개혁에 앞장섰던 김성호 의원(초선)의 대표비서실장 발탁과 추미애 의원의 지방자치위원장 임명에서 두드러졌다.

민주당 당직 인선작업은 이날 오후 발표 때까지 반전이 거듭되면서 최고위원회의의 위상 강화를 실감나게 했다. 김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의견조율을 거친 원안에는 정책위의장과 지방자치위원장에 강현욱 의원과 송훈석 의원이 각각 내정됐으나 정대철 위원 등 일부의 반대로 뒤집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김 대통령에게 수정된 부분에 대해 구두결재를 받기도 했다. 또 김 대표가 청와대에서 들고 온 원안에는 이상수 총재특보단장이 '원내총무 직대'로 되어 있었으나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가 유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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