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구商議 현 회장 물러나야

입력 2000-12-22 00:00:00

대구상공회의소 채병하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대하합섬에 대한 법원의 직권파산선고로 채 회장의 회장자격 시비가 일고 있는 사태는 대구상공 업계로서는 매우 곤혹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우선 법적 자격논란은 접어두더라도 대구상공업계의 공식적 대표가 상공인으로서는 사실상 결격상태에 있는데도 업계의 지도적 위치에 있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부도덕하다. 명색이 영남의 웅도라고 자부하는 대구에서 유력한 상공계의 지도자가 결격상태에서 계속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이 경제계는 물론 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채 회장의 불행에 안타까운 심정을 가질 수 있고 그동안 상공업계와 대구를 위해 노력한 일들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공인으로서 지금의 처신은 옳다고 할 수 없다. 채 회장이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법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선출직의 임기를 채운다는 데 있는지, 아니면 항간에 알려진 대로 문희갑 대구시장과의 갈등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감정적 버티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채 회장의 자리 고수는 정당한 명분이 될 수 없다.

설사 법적 하자가 없다해도 선출직 대표는 대의명분을 잃게되면 직(職)을 내놓아야한다. 상공인의 대표가 상공인으로서 결격선고를 받았다면 상공계지도자로선 명분을 잃은 것이다. 문 시장과의 갈등에서도 채 회장의 평소 주장이 일리가 있었다하더라도 자신이 공인으로서 명분을 잃은 마당에 공적인 문제를 개인적 감정으로 끌고간다면 그 또한 온당치못하다.

이제 채 회장의 사퇴문제는 본인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않는다면 대구상의의 상공의원과 대구의 경제계, 나아가 대구시민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넘겨질 수밖에 없다. 이미 채 회장의 부도이후 대구상의는 내년예산안도 승인받지못할 정도로 기능이 마비됐고 극심한 불황에 빠진 대구경제를 위해 대구상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상의를 식물상태로 표류하게 할 수는 없다.

채 회장은 하루 빨리 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 선출로 상의를 조속히 정상화해야한다. 상공의원들도 수수방관만 할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서야한다. 문 시장과 채 회장의 갈등이 상의회장선거를 둘러싼 문 시장의 특정인 지원에서 비롯됐다는 소문이 더이상 상의 정상화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 이미 문 시장도 특정인 지원소문은 전혀 근거없는 헛소문이고 오해라는 해명과 함께 상의의 자율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제 회생을 위해 상의부터 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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