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세금 감면 정책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또 실제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만큼 적시에 이뤄질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
◇감세 실현·실효성 의문=감세 정책은 1992년에 시작된 미국 경제의 기록적인 장기 확장 국면을 지속시키기 위해 구상된 것이다. 경기를 부양키 위해서는 금리를 낮추거나 세금을 줄여 줘 시민들이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부시가 말하는 세금 감면액은 앞으로 10년간 1조3천억 달러에 달해, 평균 매년 1천억 달러 이상이나 되는 규모이다.
문제는 감세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 새로운 조세정책은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해, 법안 준비-상정-심의-통과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의석을 거의 균등하게 나눠 갖고 있는 야당(민주당)이 부시의 감세정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까지 해, 관련 법안의 통과가 지연될 경우 자칫하면 감세 타이밍을 놓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조세정책을 통한 경기 조절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순환 주기를 대략 예측할 수 있어 침체 방지용으로 정부지출을 조정하는 재정정책이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 국립 정책분석 연구소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바트렛은 "지난 1970년대 이후에는 경기의 급격한 하강이나 확장을 예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안의 준비에서 통과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조세정책을 통해 신속한 조치가 요구되는 경기 조절을 시도한다는 것은 실행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금리 조정에도 난관=그렇다고 부시는 금리를 내려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 역시 쉽잖은 상황이다. 그런 권리는 FRB(연방 준비제도이사회)만이 6주에 한번씩 열리는 FOMC(연방 공개시장 위원회) 금리 조정회의를 통해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린스펀 FRB 의장은 감세정책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고, 그 영역이 침범 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FRB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체질적으로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항상 갖고 있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기도 하다.
공화당원이면서도 그린스펀 의장은 1992년 부시 당선자의 부친 부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금리 인하 요청을 받자 거부했다. 그해 재선에 도전했다가 패배한 부시 대통령은 "FRB 때문에 졌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때문에 현지에서는 지금의 FRB가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서서히 공화당의 감세정책을 지지·보완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부시 당선자 입장에서는 의원들과 FRB, 국민 등에게 경기활성화 방안으로 감세정책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공화-민주당 공방=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기업들은 지금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컴퓨터·인터넷·소프트웨어 등 신경제 관련 기업들이 큰 타격 가능성 때문에 더 조바심 내 벌써부터 투자·매출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됨으로써 미국 기업들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 아시아·유럽의 경제 동향이 즉각 매출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정권을 교체하면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미국 경제상황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 갈등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유진 스펄링은 21일 ABC방송에 출연, "부시 당선자가 대규모 세금감면 정책의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여론을 자극해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공화당에 포문을 열었다. 백악관 제이크 시워트 대변인도 가세, 부시 진영이 미국 경제에 대해 암울한 얘기를 일부러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클린턴 대통령 자신도 같은 견해(본지 21일자)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체니 부통령 당선자를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체니는 같은 날 민주당 부통령 낙선자 리버맨 상원의원과 면담한 후 기자들에게 "경기 하강으로 볼 수 있는 많은 증거 들이 존재한다"고 공박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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