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년전 IMF때보다 큰 타격 예고

입력 2000-12-21 14:00:00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대만·일본 등은 안그래도 경제 체질 자체가 불안해 금융공황 위기설까지 다시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 경우 3년 전 IMF사태까지 터졌으나 그때는 세계 경기는 호황 국면이어서 사태 돌파가 쉬웠었다.

◇비관론=지난 3/4분기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4%로, 4년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만의 최저인 3.9%대로 떨어졌던 실업률도 11월에는 4%로 올랐다. 금융기관들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기업·가계 모두 신용경색을 느끼고 있으며, 주택 거래가 줄어드는 등 경제둔화 조짐이 뚜렷이 보이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미국 경기가 FRB(연방 준비제도이사회)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빠르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금리 인상으로 성장률이 급락하면서 개인부문 적자가 너무 커져 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특히 금리 인상은 주가폭락 사태와 뒤이은 소비위축 현상을 불러 왔다. 소비위축은 기업의 수익 저하와 재고 증가로 연결돼 또 다른 주식시장 위축을 촉발하는 악순환을 부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

경제전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을 경고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지난 2/4분기 6.1%에서 3/4분기엔 3.3%로 하락했음에 주목했다. 그 하락폭이 작아 인플레를 잘 억제하는 등 대처를 잘하면 연착륙 가능성이 있는듯 보일 수도 있지만, 하락폭이 커지면 단위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달러화가 급락해 금리 인하만으로 대응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잡지는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따라서 투자호조, 생산성 증가율 상승, 이윤·주가 상승 등으로 연결되는 미국의 선순환이 악순환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낙관론=그러나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체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 보는 이들은, 경착륙 주장은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비판한다. 경기가 후퇴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근의 위기를 헤쳐나갈 탄력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영국 중앙은행(BOE) 에드워드 조지 총재 같은 사람들은 미국 경제의 둔화가 오히려 세계 경제에 좋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게 둔화되지 않았더라면 인플레 압력이 가중돼 더 큰 문제가 생겼으리라는 것이다.

◇금리 인하 시기 놓쳤다?=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 연착륙을 위한다며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소득세 등 1조3천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해 개인과 기업의 소비·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 그러나 민주당과 그린스펀 FRB 의장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국 이후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는 일이 FRB에게도 최대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의 상황은 일년 사이 단기 금리를 6번이나 올려야 했던 7개월 전과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화신용 정책 결정기구인 FRB 공개시장 위원회(FOMC)는 지난 19일 정책기조를 '긴축'에서 '중립'으로 바꾸었다. 실제 금리 인하 조치는 다음달쯤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효과가 9개월∼1년은 지나야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 조차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미국 경기가 심각한 침체를 겪으며 경착륙 한다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경제는 수출 부진과 내수시장 위축 등 이중고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다 아르헨티나·터키 등 부도위기 국가들이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디플레에 빠진 중국 경제 마저 심한 부진으로 내려 앉는다면, 아시아 경제는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침체의 늪에 빠질 위험도 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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