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김옥환(71·대구 공평동) 할아버지는 요즘 아파도 병원엘 못간다. 의료보호환자로 지정돼 병원비 한푼 안내는 덕분(?)에 병원직원들의 눈총이 따깝기 때문.
김 할아버지는 "병원직원들의 노골적인 불친절은 물론이고 진료 순서도 환자가 많으면 뒤로 밀리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집사람이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의료보호 환자들이 최근 들어서는 병원에서도 눈치진료를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약국 약제비를 우선 지급하고, 중·대형 병원에 대한 진료비 지불을 미루면서 체불 진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
영남대병원의 경우 의료보호 환자의 체불 진료비는 지난 8월부터 대폭 늘어나 11월 말 현재 41억원에 이르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37억원, 경북대병원 15억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12억원이 체불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 지역도 사정은 비슷해 구미시의 경우 순천향병원 5억5천만원, 차병원 3억원, 고려병원 6천만원 등 지난 6월이후 체불 진료비가 12억7천여만원에 이르는 등 대구·경북지역 중·대형 병원의 의료보호환자 외상진료비가 100억원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국 246개 병원에 체불된 의료보호환자 진료비는 무려 2조464억원. 병협은 올해 정부예산과 추경 예상분을 모두 지급해도 2천569억원의 체불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진료비 체불이 급증하자 병원의 의료보호 환자 기피는 더 노골화되고 있다. 시민단체에는 병원에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한 의료보호환자들의 불편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건강권 확보와 의료개혁을 위한 대구시민연대' 관계자는 "예전엔 약국이 약을 안 준다고 항의하는 의료보호 환자들이 많았으나, 지난달부터는 병원에서 푸대접 받는 환자들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며 "사회복지제도가 오히려 서민을 울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그들대로 할말이 많다. 전공의 파업 등으로 경영난이 최악인 상황에서 진료비를 제때 못받는 의료보호환자를 반길수만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관계자들은 "총 진료비 가운데 의료보호환자 진료 체불액이 10%미만이었으나 올 하반기에는 50~60%나 된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체불때문에 도산하는 병원도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의 경우 11월말 현재 진료비 전액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는 1종 의료보호 대상자는 2만2천142명, 총진료비 가운데 20%는 본인 부담하고 외래진료시 1천500원만 내는 2종은 3만9천여명(국가유공자 제외)이며, 경북은 의료보호 1종과 2종이 각각 7만1천500명, 6만2천421명이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