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0 문화계 결산 (7)-종교

입력 2000-12-20 14:11:00

격동의 20세기를 뒤로 하고 맞이한 2000년은 종교적으로도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새 역사를 맞이함으로써 '용서와 화해'의 의미를 강조한 한 해였다. 그러나 종교내부적 이견, 정부 방침과 관련된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초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이문희대주교가 개신교, 불교계 인사 등을 처음으로 초청, 종교간 벽을 허무는 '대희년 만찬'을 연 것을 시작으로 참회.희생의 실천 기간, 혼인 갱신식, 전국 청소년 축제 개최, 신자 교육자대회 등 대희년의 의미를 담은 행사를 가졌다. 종교간 벽을 헐고 '일치'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희망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3월, '진리를 빙자, 폭력을 행사하거나 타 종교에 적대적이었던 지난 2000년간의 과오'에 대한 역사적 참회를 함으로써 하나의 획을 그었다. 한국 천주교 역시 이달 초 독립운동가 신자에 대한 제재, 박해시대에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했던 점 등 과거에 대한 7개의 반성 항목을 담은 '쇄신과 화해'의 문건을 발표했다.

올해 대구.경북 불교계의 발자취는 지난해 조계종 종단 사태처럼 특별한 갈등국면이 노출되지 않고 화합과 내실을 다진 한 해였다.

하지만 불교계의 숙원이었던 '달라이 라마 방한'이 중국을 의식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무산됨으로써 많은 불자들을 실망시켰다. 지역 신행단체들은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을 위한 대구운동본부를 결성, 서명에 들어가는 등 문화주권 회복 차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또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불교계가 보다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하는 등 한 차원 높은 관계 맺기가 가능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한편 원불교측은 2대 종법사 정산 송규(宋奎)종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경축행사를 펼쳤으며 성주 탄생지를 성지화, 6월 기념도량을 준공하는 등 어느 해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개신교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적으로 각 교단의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계속됐다. 주목할만한 것은 대한예수교 장로회 '대신(大神)'측과 '합동 정통'측의 통합선언문 발표. 그러나 두 교단은 지난 5월30일의 통합선언 이후 교단내에서조차 반발이 만만치 않아 '교회의 통합'이 얼마나 힘드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3월엔 고통받는 세계여성들을 위한 기도회가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주관으로 전국 2천여개 교회에서 동시에 일어났으며, 이날 헌금은 외국인 여성노동자, 가출소녀와 매춘여성 등의 지원사업에 사용키로 했으며 대희년 기념행사가 활발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또한 한국 개신교 부흥의 산 증인이자 교계 최고 원로인 한경직목사가 지난 4월 향년 98세로 타계한 것은 국내 개신교계에서 올해 잊힐 수 없는 일의 하나였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서울지역 일부 교회의 목사가 은퇴를 하면서 자신이 시무했던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세습, 때아닌 '목사 세습' 논쟁이 빚어졌다. 한편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성시화(聖市化) 운동이 활발히 전개돼 초교파적 개신교신자 모임인 '대구.경북홀리클럽(holy club)'이 지난 6월29일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신자 개개인이 생활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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