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본 2000 경제-1)주가 대폭락

입력 2000-12-20 14:44:00

다사다난했던 2000년이 저물고 있다. '장밋빛 희망'을 안고 뉴 밀레니엄의 첫해를 시작했으나 이 해가 저무는 현재 경제상황은 '잿빛'이 되고 말았다. 수많은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퇴출됐고, 서민 가계는 최악의 마이너스 상태다. 정부의 호언대로 윗목이 따뜻해지기는 커녕 전 분야에서 온기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저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올 한해 경제계를 이슈별로 되돌아본다.

편집자

'대박에서 쪽박으로'

2000년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끝없는 추락'이라 할만하다.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 경우 1월4일 1059.04포인트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곤두박질쳤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530.80포인트, 연초에 비해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코스닥시장 폭락은 거래소 시장보다 더욱 '처참한' 실정. 3월10일에 283.44를 기록했던 코스닥지수는 이후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12월 19일 코스닥지수는 63.40포인트로 연중 최고치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올 한해 주식시장 하락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가하락률은 세계최고였다. 증권거래소가 35개 국가, 41개 주가지수의 연간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코스닥 시장 및 거래소 시장의 주가하락률이 여타 국가 증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코스닥지수의 경우 지난 연말 대비 75% 이상 떨어져 나스닥지수 하락률 30.63%를 크게 앞질렀다. 종합주가지수 하락률 역시 45%로, 미국 다우존스지수 하락률 6.11%, 일본 닛케이225지수 하락률 19.89%보다 훨씬 높았다.

주가 대폭락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시가총액의 급락. 주식투자자들이 한숨짓는 이유를 여기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주가폭락의 결과로 증시에선 219조원의 자산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연초대비 시가총액(12일 종가기준)을 보면 올들어 거래소 시장에서 154조원(연초 357조원→연말 203조원), 코스닥 시장에서 65조원(103조원→38조원)이 각각 줄어들었다.

증권거래소가 선정, 발표한 올해 증권가의 10대 뉴스를 봐도 대부분이 '우울한' 뉴스다. 1위는 정현준-진승현 등 청년 벤처사업가들의 주가조작 사건. 코스닥으로 대변되는 벤처기업의 도덕성 시비는 물론 증시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왔다. 2위는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올한해 증시의 최대 악재 중 하나였다. 3위는 사이버매매-데이트레이딩 성황. 데이트레이더들의 초단타 매매가 주가를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4위는 역시 주식시장의 폭락이 선정됐다. 5~10위는 △ 코스닥 시장의 활황과 침체 △2차 퇴출기업 발표 △증권시장 균형발전방안 발표 △ 채권시가평가제 실시 △외국인 순매수 사상 최대 △ 제3시장 도입 등이 차지했다.

주가 폭락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연초엔 주가 폭등으로 한탕주의가 만연했으며 이후엔 주가 폭락으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 및 가족간 불화, 고객돈 횡령같은 금융기관 직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 주식투자 손해에 따른 사회구성원의 허탈감, 주식 중독증 등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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